Y존 관리,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
고온다습해지면서 세균성 감염질환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 Y존은 습한 환경에 항상 노출돼 있는데다 자궁과 난소, 그리고 방광의 통로가 돼 세균 접근이 쉬워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여성의 Y존 질환은 전체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세균성 질염이다. 통증과 불쾌한 냄새뿐만 아니라 방광ㆍ골반 등 주변 기관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Y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5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거주하는 만 20~59세 여성 1,000명에게 실시한 ‘Y존 건강 관리 실태 조사’에서 96.8%가 피부 중 가장 연약한 부위로 Y존이라고 답했다. 전용 제품을 구입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는 피부 부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Y존이 발보다 낮은 16.4%였다.
그 이유로 관리할 줄 모르거나(48.7%),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36.8%), 드러내기 민망한 부위라서(33.6%) 등이었다. 냄새ㆍ가려움 등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생활습관을 조절하거나’(66%) ‘참거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65.1%) 등을 꼽았다.
▶질, 여성성 상징이자 중요한 생식기관
여성의 질은 근육과 막으로 이루어진 관이다. 생리 때 피가 배출되고, 출산할 때는 아기가 나오는 길이다. 성관계 시 사정이 이뤄져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첫 관문이다.
질 내부 환경은 평소 산도(pH) 3.8~4.5의 산성을 유지한다. 질이 산성인 이유는 외부에서 질을 통해 침입하는 세균의 서식을 막기 위해서다.
질이 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질 속에 있는 유익한 균인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산간균 덕분이다. 유산간균은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유산(젖산)으로 바꿔 pH를 일정하게 지속시킨다.
질 내부 점막이 촉촉한 것은 질액 때문이다. 질액은 자궁경부(자궁목)와 질, 외음부에 있는 분비샘에서 나오는 점액이다. 질액은 신체 호르몬 변화에 따라 PHㆍ성분ㆍ점성이 변한다. 예컨대 배란일 즈음 질액은 정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산성도가 가장 낮고, 포도당 농도가 가장 높다. 분비되는 질액의 양과 특징은 여성과 생리주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질액도 질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 오염물질을 씻어내 신체를 보호한다. 성관계를 가질 땐 윤활제 역할을 한다.
▶“질 건강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여성 많아”
질은 pH가 산성으로 유지되고, 질액이 촉촉하게 잘 분비돼야 생식기 관문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질을 중심으로 한 여성 Y존 건강이 무너진다. 대표적인 것이 질염이다. 질염은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승호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에 많이 발생하는 세균성 질염은 통증과 냄새를 만들어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다른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청결하지 못해서 질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이 많다”고 했다.
▶질염 50% 세균성, 락토바실러스 유산간균 사라져 발생
질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긴 질염은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질증으로도 부르는 질염의 증상은 질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광염ㆍ골반염을 일으킬 수 있고 임산부는 조기 양막파수ㆍ조기 진통 등 다양한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질염 중 가장 흔한 것이 세균성 질염으로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어 칸디다성 질염 20~25%, 트리코모나스(편모충) 질염 15~20% 순이다. 이외에 비감염성 질염도 있다.
세균성 질염은 40%의 여성이 적어도 한 번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절반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기도 한다. 세균성 질염은 질 속에 살면서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간균이 사라지고, 산소가 없어야 잘 자라는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혐기성 세균은 건강한 여성의 질 내 존재하는 전체 세균 약 1% 미만에 그친다. 하지만 세균성 질염에 걸리면 100~1,000배 증식해 정상적인 질 내 유산간균이 사라져 문제를 일으킨다. 세균성 질염이 재발이 잘 되는 것은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가 사라진 후 다시 서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세균성 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질벽에 많이 생기는 회백색의 질 분비물(대하증)과 생선 비린내다. 생선 비린내는 성관계 후 심해질 수 있다. 혐기성 세균의 대사물인 ‘아민’ 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질염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고, 악취가 없어도 대하증이 있으면 질염을 의심한다.
▶질 내 환경 유지ㆍ관리가 중요
세균성 질염이 심하면 질에 유익한 락토바실러스 균은 죽이지 않고, 세균성 질염의 원인균인 혐기성 세균에만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질염 예방을 위해 질의 적정 pH를 유지하고 평소 위생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승호 교수는 “비누 같은 일반적인 세척제로 질을 세정하면 질의 pH가 깨질 수 있으므로 질 내 pH환경을 최적화하는 질 세정제를 1주일에 2~3회 쓰면 도움이 된다”며 “분비액에서 냄새가 나거나 색깔이 평소와 다르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세정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청결을 강조해 질을 씻어내는 것보다 질 내 환경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이종원 웨트러스트 중앙연구소 소장(전국연구소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여성의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에 의해 생성되는 락트산(젖산) 성분이 함유된 질 세정기가 질의 pH를 유지하는데 좋다”며 “질 안쪽까지 삽입하는 제품은 손을 사용하지 않는 위생적인 1회용 제품이어야 한다”고 했다.
질염 등 질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평소 생활습관에 바꿔야 한다. 대중목욕탕ㆍ사우나를 자제하고, 속옷은 땀이나 분비물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를 입는다.
질 세정법에도 주의해야 한다. 질 안쪽 pH를 무너뜨릴 수 있는 비누 같은 세척제로 씻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누는 질의 pH를 무너뜨리는 pH 9의 강알칼리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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