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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공주’에서 ‘허들여제’... 정혜림, 여100m 허들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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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공주’에서 ‘허들여제’... 정혜림, 여100m 허들 金

입력
2018.08.26 22:52
수정
2018.08.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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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림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힘차게 허들을 넘고 있다. 정혜림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한국 육상에 금메달을 안겼다. 자카르타=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혜림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힘차게 허들을 넘고 있다. 정혜림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한국 육상에 금메달을 안겼다. 자카르타=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혜림(31ㆍ광주광역시청)이 4년 전 아픔을 깨끗하게 털어내며 ‘아시아 허들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정혜림은 26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3위인 노바 에밀라(인도네시아13초33), 루이 라이유(홍콩13초42)와 격차가 꽤 나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한 한국 육상은 안방인 인천에서 열린 2014년에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지만 8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얻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한 정혜림은 중학교에 진학하며 100m 허들을 주 종목으로 삼았다. 부산체고 2학년 때 처음 대표팀에 뽑혔고 이연경(은퇴)과 함께 여러 국제대회를 치렀다. 13초00의 한국 기록을 보유한 이연경은 일찌감치 정혜림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정혜림은 20대 후반부터 기량이 만개했다. 2016년 6월 13초04로 역대 한국 선수 2위 기록을 세우더니 2017년부터는 13초 1대를 꾸준히 뛰었다. 빼어난 실력과 예쁜 외모로 ‘허들 공주’란 별명도 생겼다.

그러나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늘 고배를 들었다. 첫 출전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예선 탈락했고 안방인 2014년 인천에서는 결선에서 두 차례나 실수를 해 4위에 그쳤다. 6번째 허들을 넘다 걸리고 마지막 허들에도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정혜림은 “못한 거로 평생 손꼽을만한 경기가 하필이면 그날(인천 아시안게임 결선)이었다”며 땅을 쳤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른이 넘었는데도 ‘허들 공주’라 불리는 건 그만큼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자책한 뒤 “나이를 생각하면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수 있다. 평균 기록에서 내가 경쟁자를 앞서고 있으니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정혜림은 드디어 ‘공주’ 꼬리표를 떼고 ‘아시아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해 7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13초16)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섰으니 아시아 최고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태극기를 두른 채 활짝 웃는 정혜림. 자카르타=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태극기를 두른 채 활짝 웃는 정혜림. 자카르타=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경기 전부터 금메달 기운이 넘쳤다.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 5월, 13초08의 올 시즌 아시아 1위 기록을 낸 중국의 우슈이자오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으며 정혜림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혜림은 전날인 25일 예선도 전체 1위(13초17)로 가볍게 통과했다.

결선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 정혜림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레이스가 시작된 뒤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허들을 넘었고 환한 웃음과 함께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경기 뒤 “임신하는 꿈을 꿨다. 길몽이라고 하더라”고 미소 지으며 “결승이라 힘이 들어갔고 경기 운영도 좋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은 메달 싸움을 해야 한다. 금메달을 땄으니 이제 한국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말처럼 정혜림은 은퇴 전 이루고 싶은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하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고 또 하나는 한국 여자 100m 허들 선수 최초 12초대 진입이다. 금빛 레이스로 첫 번째 숙원은 풀었으니 이제 마지막 꿈 하나가 남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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