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에 냉방기구 거의 없어
온열질환 입원, 상위 계층의 7배
日, 유아 고령자 있는 생활보호대상
최대 50만원 에어컨 구입 지원
한국 에너지 정책은 난방비 중심
“폭염 일상적… 새 대응 기준 필요”
폭염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온열질환 입원 비율이 다른 계층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냉방복지’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에어컨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등 실험적인 정책 실천에 나선 반면 한국은 겨울철 난방비 지원 중심의 에너지 복지정책에만 머무르고 있다.
4일 보험연구원의 ‘한국 온열질환 양극화와 일본 냉방복지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5년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저소득층(건강보험료 0분위)은 1만명당 0.29건으로, 1~5분위 발생 건수(0.04~0.07)보다 최대 7배나 높았다. 외래환자도 0분위의 경우 4.77건으로, 다른 분위(1.02~1.32)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온열질환자 발생 비율을 분석한 것이다. 보험료 분위는 높을수록 고소득층에 해당한다. 0분위에는 통상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속해있다.
보고서는 에너지 빈곤층이 냉방비용 부담 탓에 에어컨을 가동하기가 힘들어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별 온열질환 양극화가 존재하는 셈이다. 환경단체인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 7월 전국 취약계층 521가구에 대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월 평균 가구소득은 약 50만원이었는데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에 4만8,000원을 지출해 수입 10분의1을 차지했다. 에어컨이 있는 집은 17%에 불과했다. 폭염을 겪은 취약계층 10명 중 6명은 “어지러움과 두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구온난화와 폭염이 심해지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통계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월 20일~7월 21일) 대비 61%(397명) 증가했다. 안소영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 연구원은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새롭게 대응기준을 세우고 대비해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여름 곳곳에서 40도 이상 폭염에 시달린 일본은 7월부터 생활보호 대상 세대에 일정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에어컨 구입 시 최대 5만엔(약 5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생활보호 대상자 중 유아나 고령자가 있는 가정이 주요 대상이다. 폭염에 따른 사회적 피해가 급증하자 사치품으로 인식돼 온 에어컨을 이제 생필품으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한국의 에너지 지원정책은 겨울철 난방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스요금을 감면해 주거나 연탄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고, 난로나 전기장판 등 전열기구를 지원하는 식이다. 냉방지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경로당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무더위쉼터’가 주력이다. 집단공간에서 취약계층이 일시적으로 더위를 피하는 구조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바우처 형태의 현금성 지원도 필요하지만, 쪽방이 아니라 정상적인 집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주거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냉방기기 구매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일본 사례를 토대로 시행 필요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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