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사회적 합의ㆍ이해가 필요
외부 전문가 등 특별위 구성할 것”
용산참사ㆍ인권위 블랙리스트 등
과거 제 역할 못한 부분 사과도
최영애(67) 8대 국가인권위원장이 5일 취임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 수장으로서 첫 번째 책무로 ‘혐오와 차별 해소’를 꼽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불리는 미투 운동 등 인권 감수성과 차별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면서도 “한편에선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와 배제 문제에 대응하고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적인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고, 이것이 필요한가 납득할 수 있어야 제정될 수 있다”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게 최 위원장 판단이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가 과거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취임사를 통해 인권위가 지난 10년 간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현안 등을 외면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시민사회의 지적, 2012년 인권위 블랙리스트 폭로 당시 아무런 진상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는 비판 등을 언급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좌편향 직원’ 명단 10여명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있는 낙태죄와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여성 인권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 미투 운동도 인권, 노동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 행복추구권, 인격권 문제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낙태죄 폐지도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보겠다”라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로 도입 여론이 비등해진 비동의간음죄에 대해서도 “현행법은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이 정도까지 저항하면 (가해자가) 다치지 않겠지?’라고 저항 수준을 정해야 할 정도로 여성에게 책임이 지워져 있다”며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할 때부터 비동의간음죄가 필요하다고 봤고, 현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2001년 인권위 설립 이래 최초의 여성, 비법률가 출신 수장이다. 1991년 한국 최초의 성폭력 전담 상담기관인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해 여성인권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고, 인권위 출범 당시 초대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을 지낸 바 있다. 이후 2010년 사단법인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이사장을 맡았고 2016년부터 서울시 인권위원장을 지냈다. 임기는 3년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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