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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영반’ 결국 폐지… 다시 도마 오른 지자체 여성전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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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영반’ 결국 폐지… 다시 도마 오른 지자체 여성전용정책

입력
2018.09.13 04:40
수정
2018.09.13 09:44
13면
0 0

서울시 역차별 논란에 없애기로

여성전용 좌석ㆍ주차장ㆍ지하철…

지자체 도입 때마다 시끌시끌

인권위 진정ㆍ청와대 국민청원도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운영중인 여성배려칸. 연합뉴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운영중인 여성배려칸. 연합뉴스

“여성 수영반이 없어졌다고요?”

서울 서대문구 주민 주모(24)씨는 최근 인근 시립청소년수련관에서 반년 전 자신이 등록하고 다녔던 여성전용 수영 강습이 지난달부터 폐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씨는 “아무래도 노출이나 신체 접촉이 있는 운동이라 다시 여성전용반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산하 14개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수영장의 여성반이 역차별이라는 민원에 따라 양성평등 취지를 살려 이를 단계적으로 없애나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차피 남성 수요가 거의 없는 평일 오전 시간대라 여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간 여성전용 강습을 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아침 수영반으로 이름을 바꾸고 남성 수강생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폐지를 반색하는 목소리가 크다. 약자 우대 취지보다 효율성을 이유로 운영돼서다. 반면 ‘여성 수요가 월등한데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지나치다’ ‘여성전용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전용 정책 실효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일부 지자체의 좌석버스에서 운영했던 여성전용좌석. 인터넷캡처
일부 지자체의 좌석버스에서 운영했던 여성전용좌석. 인터넷캡처

사실 여성전용 정책은 도입부터 잦은 논란에 시달렸다. 2008년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의 일부 시외버스는 성추행 등 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전용 좌석’을 운영했으나,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2015년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시가 2009년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여성우선 주차장’은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없는데다, 여성만을 노린 강력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마련된 ‘여성전용 칸’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만마저 나온다.

지난 5월 올라온 지하철 남성전용칸 신설 청와대 청원. 인터넷 캡처
지난 5월 올라온 지하철 남성전용칸 신설 청와대 청원. 인터넷 캡처

남성들이 반대 행동에 나선 경우도 있다. 충북 제천시 여성전용 시립도서관은 ‘지자체가 설립한 공공도서관을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한 남성의 진정에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 조치를 받았고, 남성연대 항의집회에 시달리기도 했다. 5월에는 ‘지하철에 여성전용 칸을 운영할 거면, 남성전용 칸도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팀 입법조사관은 “분리가 능사라는 행정편의주의에 기댄 여성전용 정책은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정작 필요한 것은 범죄 예방, 처벌 강화 등 여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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