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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소녀팬’을 영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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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소녀팬’을 영접하라

입력
2018.09.15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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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칠레의 A매치 경기에서 여성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칠레의 A매치 경기에서 여성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칠레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여중생 배다인(15)양은 이날 이승우(20ㆍ베로나), 손흥민(26ㆍ토트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이 담긴 대형 화보집을 주저 없이 구매했다. 학생에겐 다소 부담되는 가격(3만원)이지만, 지난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가족 모두가 축구팬이 돼 부모의 구매 허락이 쉽게 떨어졌다고 한다. 배양은 “이승우와 손흥민은 소속팀으로 떠나지만 두 대회와 평가전을 계기로 축구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조만간 K리그 수원 삼성 경기도 찾아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행 요인에 목말랐던 국내 프로축구 K리그가 오랜만에 호재를 맞았다.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고양), 11일 칠레(수원)와 A매치 2연전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데다,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10대 팬들이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K리그 구단들은 1990년대 후반 이동국(전북)과 안정환(해설위원) 고종수(대전 감독) 등이 몰고 온 구름관중을 떠올리면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다만 K리그 및 구단 관계자들은 A매치 흥행을 이끌던 손흥민, 이승우, 황의조(26ㆍ감바오사카) 등 주요 선수들이 다시 해외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등 ‘오빠부대’가 몰려왔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과는 다른 환경이라 A매치 열기가 K리그로 이어질 거라 속단을 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각 구단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한 국가대표 선수와 관련된 기념 상품을 제작하고, 15일 ‘동해안 더비’를 펼치는 울산과 포항은 감독과 핵심 선수가 직접 서울까지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처하는 등 흥행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한국과 칠레의 경기에 앞서 여성팬들이 대한축구협회 마스코트 백호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11일 한국과 칠레의 경기에 앞서 여성팬들이 대한축구협회 마스코트 백호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전문가들은 국가대표 열기에 편승하려 하기 보다 이번 A매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마케팅이나 홍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는 “지금까지 한국축구는 큰 대회가 끝나면 반짝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며 “구단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팬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해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팬들의 관심사를 면밀히 파악해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A매치 2연전 열기는 대한축구협회가 수년 전부터 운영해 온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고양과 수원에서 만난 여중ㆍ여고생 10여명은 모두 경기장 관람 이유 가운데 하나로 “SNS에서 접하던 선수들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협회가 대표팀 선수들의 숙소생활 및 경기장 비하인드 컷을 재치 있게 편집해 내놓은 ‘인사이드캠’ 동영상은 여학생들의 단체대화방에서 끊임없이 공유되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는 게 이들 얘기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초 9만5,000명 수준이던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월드컵이 끝난 8월초 15만명을 넘긴 뒤 아시안게임이 끝난 최근 25만명에 육박했고, 지난 2월 6만5,000명 가량이던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현재 13만6,000명 수준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11일 한국과 칠레의 경기에 앞서 여성팬들이 대한축구협회 기념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형준 기자
11일 한국과 칠레의 경기에 앞서 여성팬들이 대한축구협회 기념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형준 기자

선수들도 팬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사이드캠 영상 가운데는 최고참 기성용(29ㆍ뉴캐슬)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의 후배 방을 기습 방문해 팬들에게 줄 소장품을 걷어오는 모습을 담은 이른바 ‘방털기’ 편이 큰 호응을 얻었다. 기성용을 포함한 선수들도 촬영 대신 휴식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테지만 오로지 팬을 위해 촬영에 나선 것이다. “팬들의 발길이 절실한 K리그 구단과 선수 모두가 새겨야 할 모습”이라는 게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한 목소리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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