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 주택가 한 복판에 흉물스러운 건물 한 채가 서 있었다. 공포 영화 ‘곤지암’에나 나올법한 3층짜리 건물은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검게 얼룩져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벽마다 금이 가 있었고 창문 유리마저 깨져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커 보였다. 한눈에 봐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음산한 분위기의 폐건물이 20년 이상 방치 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몹시 화가 난 모습이다. 김모(74)씨는 “건물 균열이 날로 심해져 위험한데 조치가 없다”며 “강풍이 불 때면 깨진 유리창이 도로 위에 쏟아져 사람이 다칠 뻔한 적도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남모(45ㆍ여)씨는 “밤이 되면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져 겁이 난다”고 말했다.
동두천시에 따르면 이 폐건물은 ‘외인 아파트’로 불린다. 시가 지하철 1호선 보산역 인근 2,198㎡ 대지에 미군들에게 임대를 주기 위해 1974년 지상 3층에 36가구로 지었다.
시는 이후 미군 감축으로 90년대 초부터 아파트가 텅 비자 1994년 한 학교법인에 해당 건물과 토지를 팔았는데, 그때부터 20년 이상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미관리 방치상태가 지속되면서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처럼 동두천의 대표적인 흉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 상도동 유치원 등 잇따른 건물 붕괴 우려까지 겹쳐 주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 건물과 불과 3~10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은 미관 문제 말고도 외벽이 떨어지는 등의 사고라도 나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할 처지다. 주민들은 십년 넘게 동두천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가 안전조치와 정비를 요청해도 소유주인 재명학원 측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재명학원 측은 시의 요청에 “당분간 정비 계획이 없다”는 식의 답변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돼 정비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건축법상 강제규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인 아파트처럼 방치되고 있는 폐건물은 전국적으로 수천개, 빈집은 106만 가구(통계청 2015년 기준)에 이른다. 김동철(민ㆍ동두천2) 경기도의원은 “10년 이상 방치된 각종 건축물은 미관문제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대형 건물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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