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도 현재보다 150원 이상 높아질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ㆍ경유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국내 석유 제품 가격 오름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영국 런던거래소(ICE)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2.7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2일 찍은 연중 최저점(배럴당 62.59달러)보다 20달러 올랐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각각 배럴당 80.03달러와 73.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이들 세 유종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WTI 50.85달러, 두바이유 53.18달러, 브렌트유 54.74달러였다.
한국석유공사는 “미국의 이란 제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합의 불발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위험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금융투자업계에선 국제유가가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의 원유 중개회사인 PVM 오일어소시에이츠는 최근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유종 중에서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과 직접 연결된 건 두바이유다.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두바이유와 연동)을 기본으로 한다. 통상 1주 전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반영해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매일 휘발유와 석유를 받는 게 아니라, 자체 저장탱크 물량을 소진(보통 2주)한 뒤 공급받기 때문에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 간에는 3주의 ‘시차’가 생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어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은 앞으로 최소 3주 이상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ㆍ경유 가격(9월 넷째 주 기준)은 6월 넷째 주부터 벌써 13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9월 넷째 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79달러(전주 대비), 경유는 배럴당 3.02달러나 뛰었다. 경유의 경우 한 주 만에 한 달 오름폭(8.63달러)의 35%가 치솟았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하게 될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조 팀장은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이 1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보통 8원씩 상승한다”며 “국제시장의 전망대로 유가가 지금보다 20달러 가까이 급상승한다면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도 현재보다 160원 안팎 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넷째 주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50.2원이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