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미국에서 독감이 대유행해 8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년래 최고치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질병관리본부(CDC)는 2017~2018년 겨울 독감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명에 육박하며, 사망자는 8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 반더빌트대 예방의학과 교수인 월리엄 샤프너는 “보건 당국이 기존 최악이라고 했던 때(2011~2012년 5만6,000명)와 비교해도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사망자 가운데 180명은 어린이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학 전문 매체인 IFLSCIENCE는 “어린이 통계를 정기적으로 내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주범은 겨울철 흔히 발생하는 A형(H3N2)으로 드러났다. NYT는 “이번에 가장 두드러진 독감 바이러스는 50년 간 활동해온 H3N2”라며 “H3N2는 1997-1998년과 2003-2004년 겨울에도 악명을 떨쳤다”고 보도했다.
독감 백신의 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건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7~2018년 겨울 동안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약 40%로 나타났다. 백신의 효과는 낮을 때에는 19%(2014~2015년)에 그치지도 하지만, 높을 때에는 60%(2010~2011년)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100% 독감을 예방할 순 없지만, 독감에 걸렸을 때 최악의 결과인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공영NPR은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바꿔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의 전형적인 합병증인 폐렴에 걸릴 확률이 낮아져 독감에 걸렸을 때 위독한 상황까지 가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연간 예방 접종률은 47%에 머물고 있다. 이는 목표치인 70%에는 한참 못 미친다. 특히 대학생들의 접종률은 8~39%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샤프너 교수는 “누구도 자신이 치명적인 전파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가족과 친구, 동료를 지킬 수 있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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