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기능정지 상태가 2주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지난달 퇴임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의 재판관(이석태, 이은애)만 충원돼 사건 심리를 위한 심판정족수(7인)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을 둘러싸고 여야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회 표결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심재철 의원과 유은혜 교육부장관 문제를 놓고 여야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 정상화는 당분간 기약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회는 지난달 김기영ㆍ이종석ㆍ이영진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본회의에서 재판관 선출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자로, 위장전입 등이 문제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는 자녀 초등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고,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도 주택청약예금 가입 목적으로 위장전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누구보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두 후보자의 전력은 실망스러운 것이지만, 결함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데 대한 정당들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최고의 사법기관 중 하나인 헌재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것이다. 손가락질을 하기에 앞서 국민공모까지 실시하며 낙점한 후보자에 대해 공직자 검증의 기본인 위장전입 여부조차 거르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국회 추천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사전검증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두 정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속히 인준을 처리해야 한다. 유남석 신임 헌재 소장이 지난 1일 “하루 속히 헌재가 본연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임명동의안 표결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한 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 반복되는 헌재 재판관 공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각각 3인씩 지명하는 현 방식이 정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정상화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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