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 암’의 대표격인 전립선암이 시나브로 남성암 5위에 올라섰다. 2006년 10만명당 52명에서 2015년 68.6명으로 10년간 32%나 증가했다. 식이ㆍ생활습관이 지난 20여년 동안 급속히 서구화됐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또한 ‘아버지암’에서 ‘형님암’으로 불릴 만큼 발병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의 연령대별 환자는 여전히 70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40~50대 환자도 4,064명에서 5,29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진행이 느리고 좋은 ‘자비로운 암’으로 잘못 인식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의 중간 이상 악성도가 75.7%였는데 미국은 44%, 일본은 56%로 우리나라 전립선암은 유독 독한 암이다.
다행히 전립선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95%로 매우 높다. 하지만 전립선암으로 인해 약해진 소변 줄기와 잔뇨감, 혈뇨, 요통과 척추 통증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났다면 완치율이 30%대로 뚝 떨어지는 위험한 암이다.
배뇨 장애 등 생겼다면 이미 말기?
전립선암은 2015년 1만212건으로 전체 암 발생(21만4,701건)의 4.8%로 7위를 차지했다(중앙암등록본부).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42.9%로 가장 많았고, 60대 33.2%, 80대 이상 13.1%의 순이었다. 남성 암으로는 5위를 차지했다.
전립선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 줄기도 가늘어지며, 잔뇨감이 나타난다. 소변이 급하게 마렵거나 심지어 참지 못하고 지리기도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변을 자주 보고, 어떨 때에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尿閉)가 오기도 한다. 척추나 골반 뼈로 전이됐으면 통증ㆍ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만 넘기는 사람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50대 넘기면 매년 PSA 검사 필요
우리나라 전립선암은 독한 암이기에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 검진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환자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 상태를 확인하는 직장수지(手指)검사, 혈액 채취를 통한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경직장(経直腸) 전립선 초음파 검사 후 암이 의심되면 전립선 조직검사로 전립선암을 확진한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PSA 검사와 직장수지검사를 매년 받아 전립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력 등이 있어 전립선암 위험성이 높다면 40대부터 꾸준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선별 검진법인 PSA 검사는 비용도 저렴한데다 간단한 혈액 채취만으로 전립선암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인체 종양 표지자 검사다. 미국은 현재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전립선암을 국가암검진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는 보험제도인 메디케어에서 무증상 남성을 대상으로 매년 혈청 PSA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PSA 검사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회사원은 회사 건강검진에서, 회사 건강검진자가 아닌 사람은 '닌젠 도크(Ningen dock)'라는 정기건강검진 사업과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전립선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으로 혈청 PSA 검사를 받고 있다.
천준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도 일본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해도 조기 전립선암 검진에 대해 정부가 최소한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PSA 검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건강검진(50세 이상 남성 암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특히 토마토나 녹색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등푸른 생선에 들어있는 DHA, EPA성분이 전립선암의 세포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 섭취도 권장한다. 다만 빨간 색 고기는 지방함량이 높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암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최근 비만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주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로봇수술, 성기능장애 등 합병증 줄여
전립선암 수술법은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개복술ㆍ복강경수술ㆍ로봇수술 등으로 나뉜다. 최근 도입된 로봇수술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전립선을 수술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배꼽 주변과 하복부에 5군데 정도 5~10㎜ 크기의 구멍을 내고, 이를 통해 로봇기구가 들어가게 된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통증과 출혈량이 적으며 수술 후 요실금과 발기부전 빈도 및 중증도, 회복속도가 양호하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수술 후 성기능장애, 요실금 등 합병증을 두려워해 수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신 로봇수술은 이러한 합병증을 줄이고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미용적 효과도 있어 환자가 느끼는 수술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이전보다 고령 환자가 수술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돼 아흔 살을 넘겨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전립선암, 오해와 진실]
1.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높아도 모두 암에 걸리지 않는다? (O)
PSA 수치는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에 걸렸을 때도 높게 나타난다. 3.5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해 다시 검사 받는 게 좋다.
2.전립선비대증이면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X)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암은 발병 원인이 다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3.잦은 성관계가 전립선암을 유발한다?(X)
관련이 없다. 오히려 주기적인 성관계가 전립선 건강에 좋다. 다만 문란한 성생활은 감염질환과 전립선비대증 원인이 된다.
4. 한국인의 전립선암은 미국보다 독하다?(O)
전립선암의 중간 이상 악성도가 미국은 44% 정도이지만 한국은 76% 정도다. 인종적 요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5.전립선암 수술을 하면 성관계가 불가능해진다?(X)
최근 로봇수술이 활발히 시행되면서 발기 기능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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