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다. 전화기 너머로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욕죄로 고소를 했어요.”
9월 10일 인터넷 언론 ‘ㅍㅍㅅㅅ’에 실린 칼럼, ‘출산주도 성장이라는 김성태의 개드립’이 문제가 됐다. 출산주도 성장의 수치상 오류와 비효율성 등을 지적하고, 경력단절 방지, 다양한 혼인형태 수용 등 대안을 제시한 칼럼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좀 다른 데 집중하신 모양이다. 우선 ‘개드립’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유명 유머사이트 이름으로 사용될 정도로 대중화한 신조어지만, 이건 차라리 양반이었다. ‘기존 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방탄소년단 유튜브 조회수급으로 대폭발시키려는 모양’이라는 표현도 걸고 넘어졌다. 방탄소년단이 불쾌해했다면 차라리 이해할 것을. 심지어 그를 원내대표나 의원으로 칭하지 않고 ‘김성태’란 이름만으로 칭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에 이렇게 칭한다. 자유한국의 기수이시며, 춤의 신이자 왕이시며, 경추의 보호자이시고, 강서구 한방병원의 수호자이시고, 배현진 아나운서를 조련시켜 당선시킬 것을 공언하셨던 들개의 조련사 김 원내대표께, 이 글을 빌려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해당 칼럼은 김 원내대표 개인을 모욕하고자 함이 아니라 출산주도 성장이라는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쓴 것이었을 따름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내 부족한 글솜씨다. 김 원내대표처럼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 입방아를 찧어댄다”거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같은 모욕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어휘를 썼다면 안타까운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법이다. 우선 지적되는 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표현이야 제한이 필요할 수 있지만, 모욕적 표현의 기준이 애매한지라 정당한 비판만 틀어막는 역효과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이들은 오히려 권력자가 약자를 겁박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 보통 사람들은 고소만 당해도 괜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잘못이 없어도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하고, 기소라도 되면 그것만으로 평판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벌금형이라도 받으면 전과까지 생긴다. 그러다 보면 법은 사실 보통 사람이 아니라 법과 친한 사람들, 권력자들 편이라는 불신만 쌓인다.
고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으나,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바로 김 원내대표가 이끄는 정당이다.
대안은 분명하다. 모욕죄는 폐지해야 한다. 명예훼손도 형사 처분은 반인륜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상당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 사적 개인과 공적 역할을 명시적으로 구분하여, 공인의 공적 역할에 대해선 명예훼손이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반대급부로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 중재 절차를 강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혐오발언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마땅하고 오래된 정론을 얘기하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형사 처분이든 민사소송이든 결국 권력자가 악용하자면 어떻게든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소까지 동원하는 것보다는 위력이 덜할 테지만,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받고 법원에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충분히 위축될 수 있다.
결국 또 한 가지가 필요하다. 법을 자기 허리춤의 칼처럼 휘두르는 권력자가 또 나오지 않게 견제하는 것. 입을 틀어막으려 할수록 더 고언을 아끼지 않는 비판의식, 표현의 자유 그 자체 말이다. 자유한국의 기수이시며 춤의 신…(후략)…이신 김 원내대표께서도 고소 대신 이 고언을 경청하시길 바랄 뿐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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