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는 13일 막을 내렸지만 축제의 여흥은 이제 극장가로 이어진다. 부산을 뜨겁게 달군 화제작들이 속속 관객을 만난다. 영화의 바다를 누빈 시네필의 깐깐한 안목이 올해 부산영화제를 놓친 관객에게 길잡이가 될 듯하다.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는 다음달 22일 관객을 찾아온다. 개막식 상영 이후 지난 몇 년간 부산영화제 개막작 중에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배우 이나영이 ‘하울링’(2012) 이후 6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라 관객의 기대도 크다. 이나영은 어린 나이에 조선족 남자에게 팔려가 아들을 낳고 홀로 한국으로 떠난 탈북 여성을 연기한다. 영화는 14년 만에 엄마를 만난 대학생 아들(장동윤)의 시선을 따라가며 탈북 여성이 생존을 위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공감과 연민으로 그려 낸다. 혈연이 아닌 인간애에 기반해 가족이 복원되는 결말은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도 조응한다.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다음달 8일 개봉한다. ‘경주’(2014)에서 도시의 인상과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그렸던 장률 감독의 새로운 ‘도시 영화’다.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을 좋아한 남자 윤영(박해일)이 송현이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충동적으로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과 엇갈리는 감정을 담았다. 옛 일본식 가옥이 남아 있는 군산의 이국적인 정취가 감성을 북돋운다. 문소리, 박해일, 정진영, 박소담 등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섬세하다.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서 상영된 ‘영주’도 기대작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소녀 가장이 된 영주(김향기)가 힘겨운 삶을 견디다 못해 부모를 죽게 만든 교통사고 가해자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가해자 부부는 영주를 가여운 아르바이트생이라고만 생각해 따뜻하게 보살피고, 그들에게서 가족의 정을 느낀 영주는 자신이 숨겨둔 진실 앞에 무너지고 만다. 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단순화하지 않는 차성덕 감독의 시선이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배우 김향기의 호연이 돋보인다. 다음달 22일 개봉.
부산영화제 타이틀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크지 않다. 하지만 주목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독립영화에는 적잖은 격려가 된다. 한 영화홍보사 관계자는 “개봉을 장담하지 못하던 독립영화가 영화제 초청을 계기로 극장 개봉을 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며 “올해 부산에서 얻은 호평이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겼다.
이달에도 여러 작품이 연달아 출격한다. 오픈시네마 상영작인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가 18일,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31일 관객을 만난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전쟁고아 1,500명이 폴란드로 보내져 위탁 교육을 받은 실화를 배우 추상미가 카메라에 담았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펭귄 하이웨이’에선 배우 아오이 유우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부산에서 예매 대란을 부른 ‘퍼스트 맨’과 ‘할로윈’도 각각 18일과 31일 개봉한다. ‘퍼스트 맨’은 ‘라라랜드’(2016)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할로윈’은 ‘겟 아웃’(2017)의 제작사 블룸하우스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40년 만의 동명 속편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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