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허위 등록해 월급과 4대 보험료를 지급해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된 경남 통영 소재 어린이집 원장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사랑카드’(현 ‘아이행복카드’) 바우처를 통해 지원되는 보육비는 사용 목적이 제한되는 정부 보조금이라 볼 수 없어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형사 처벌은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근 실명 공개로 파문이 일고 있는 비리 사립유치원 역시 법령(유아교육법)은 다르지만 바우처를 통해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고 있는 만큼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 전환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뒤늦게 바우처를 통한 지원금 유용도 처벌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지난 2014년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사랑카드’를 학부모에게 발급해 지급한 보육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창원지법)에서는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지난 7월 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영유아보육법상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거나 유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A씨의 남편은 어린이집에서 운전기사로 실제로 일하지 않았는데도 2년 반 동안 총 1,510만원의 급여를 받았고, 원장의 아들 이동통신비도 보육비 통장에서 지급됐다. 그럼에도 무죄 판결이 난 이유는 대법원이 바우처를 통한 정부의 보육비 지원금을 ‘보조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어린이집이 직접 받은 보조금은 법에 따라 어린이집의 설치, 운영에 필요한 범위로 목적과 용도를 엄격히 한정한 금액이므로 횡령죄의 대상이 맞지만, 지자체가 학부모에게 지급한 바우처를 통해 받은 지원금은 사용처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봤다. 그런데 이 어린이집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에는 정부에서 직접 받은 보조금뿐 아니라 바우처로 받은 보육료와 경비도 함께 들어있으므로 횡령죄의 대상이 되는 금액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에도 대법원은 어린이집의 아이사랑카드 부정결제 사안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교부 받은 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아니라 영유아 보호자이기 때문에,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어린이집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며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적 있다. 이 판례 후 지자체가 어린이집 비리를 적발해 고발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복지부는 뒤늦게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윤신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장은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바우처로 지급된 부분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현행법상으로도 행정처분은 가능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급됐든지 정부에서 지원한 보육비를 사적으로 유용하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사립유치원의 지원금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바꾸는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 형태로 바꾸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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