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동인천의 서핑가게 ‘서프코드’
바다가 아닌 산꼭대기에 서핑숍이을 차린 청년들이 있다. 인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 옆에 위치한 서프코드 이야기다. 이들은 스스로를 ‘동인천프란시스코의 서핑가게’라고 칭한다. 서핑숍 하면 의례 제주나 양양 등 바닷가에 있을 것 같지만 서프보드를 들고 산으로 올라간 청년들은 어떤 생각으로 여기에 가게를 차린 것일까. 고정관념을 뒤엎고 자신들만의 서핑문화를 만들어가는 서프코드의 청년들. 김인섭, 김선홍, 황은민 공동 대표를 만났다.
Q. 사람들에게 서프코드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김인섭 : 저희는 서프코드를 ‘동인천프란시스코에 있는 산꼭대기의 서핑가게’라고 소개해요. 말 그대로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꼭대기에 위치해있습니다. 직접 서프보드도 만들고 다양한 서핑장비를 판매하지만 단순히 스포츠로서의 서핑뿐만 아니라 의류, 음악, 화장품 등 서핑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그런 브랜드에요.
Q. 서프코드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인섭 : 저희 셋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에요. 학창시절에 같이 그래피티 동아리를 만들어서 창작 활동도 하고 동인천에서 즐겁게 놀았죠. 서핑을 시작하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고 셋 모두 서핑 문화에 깊이 빠지게 됐죠. 그러던 중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서 서프보드도 제작하고 같이 재밌는 걸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렇게 서프코드를 시작하게 됐죠.
Q. 파도를 탈 수 없는 동인천에, 그것도 산꼭대기 위에 서핑 가게를 차렸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김인섭 : 그냥 이 동네가 좋았어요. 저희 셋이 학창 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있는 동네이기도 했고요. 서울과는 다른 옛스러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끌리는 대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사업을 할 때는 유동인구나 상권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장소를 선정해야 하겠지만 저희는 그런 걸 아예 생각 안 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선홍 :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요즘엔 인터넷이나 SNS 같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돼있어서 장소 선택의 고민이 줄었어요. 또 자유공원은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서프보드를 제작하기엔 최적의 장소죠. 서프보드도 만들고 우리 스타일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꾸며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Q. 서프코드에게 동인천은 어떤 공간인가요?
김인섭 : 저희가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 어린 동네이긴 해도 사실 동인천은 인천에서도 멀리 떨어진 구도심이어서 인천 시민들도 잘 안 오는 지역이에요. 특히 서프코드를 만들기 전까지 이 곳 자유공원 앞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었어요. 하루 동안 지나다니는 사람 수를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죠. 어떤 사람은 ‘세기 말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도시’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김선홍 : 많이 쇠락한 지역이긴 하지만 그만큼 예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동네에요. 저희가 자주 가는 맥줏집이나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대폿집들도 저희 아버지 세대부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아요.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것이 매력적인 동네죠.
Q. 서프코드는 동인천에 어떤 의미가 되고 싶나요?
김인섭 : 저희가 미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순 없지만 어쨌든 서프코드를 열고난 후 젊은 손님들도 많이 찾고 유동인구도 늘어난 것 같고요. 여기서 장사하면 망한다고 했던 지역 상인 분들도 오셔서 덕분에 동네에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감사의 말씀도 해주셨어요.
김선홍 : 사실 요즘 ‘도시재생, 도시재생’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일부러 만든다고 해서 색이 칠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거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인천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프코드와 동네가 함께 살아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박기백 인턴PD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