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수천 명의 중남미 이민자 행렬(카라반)이 미국을 향해 멕시코에 진입한 가운데, 수천 명 규모의 또 다른 카라반이 북상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협에도 가난과 범죄를 피해 이민을 택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미국행을 감행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DPA통신 등에 따르면 2,000~3,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이민자 행렬이 과테말라에서 형성된 뒤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1,000명이 넘는 별도 무리가 과테말라 서남쪽에 있는 치키물라에서 도보로 천천히 북상하고 있다”며 “이들 또한 대부분 온두라스에서 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온두라스를 떠났던 이민자들은 23일 기준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주 남부 도시인 우익스틀라까지 올라왔다. 7,000명 규모로 추정되는 이 카라반은 이 곳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미국을 향해 전진할 예정이다. 우익스틀라에서 미국까지는 1,800㎞가 남아 있다. 이민자 행렬에 동행 중인 이민자 인권 옹호 활동가 로드리고 아베하는 AFP통신에 “쉬지 않고 걸어온 터라 모두가 탈진했다”며 “오늘 하루(23일) 우익스틀라에서 쉰 후 다시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의 카라반이 미국 남부 국경을 향함에 따라 미 당국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에도 불구, 행정부는 아직까지 카라반이 국경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카라반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보수 친미주의자인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좌파 세력들이 조직한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 트위터에 “카라반 배후에 있는 정치적 동기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사회주의 독재자들과 연합한 온두라스의 정치인들이 카라반을 부추겨 친미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기자들에게 “카라반은 베네수엘라가 돈을 대고 좌파 세력이 조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헤일리 대사와 펜스 부통령 모두 증거를 대지 않고 있다”며 “카라반에 알 수 없는 중동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미국 대테러 당국에 확인한 결과 입증되지 않은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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