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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광화문, 그리고 돈의문박물관마을

입력
2018.10.25 15:48
수정
2018.10.25 16:3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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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광화문을 사랑한다. 경기도 파주에 작업실이 있지만, 일주일에 사나흘은 광화문에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일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고된 노동으로 노곤해진 몸에 살짝 생기가 도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광화문의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은 인연이 끊겨 연락처조차 모르는 옛 사람들의 얼굴과 흔적없이 사라진 건물들이 생각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광화문에서 보낸 지난 30여 년간의 모습들이 중첩되어 눈에 보이는 것이다.

피맛골이 사라진 후부터 광화문의 변화에 놀라지 않는다. 유서 깊은 공간들이 사라지고, 오래된 술집과 찻집이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변해도 무덤덤하다. 600년의 시간이 담긴 골목인 피맛골이 한순간에 사라질 때의 충격은 ‘기억이 쌓여가는 서울’이라는 희망을 절망으로 만들었다. 도시는, 더구나 천만의 인구가 사는 서울이란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그 외양과 성격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없겠구나, 라고 자위하지만, 사라진 피맛골 자리를 지날 때마다 망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될 광화문의 변화가 아무런 축적도 없이 그저 변화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광화문의 변화와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재형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지난 11일 발표된 광화문 광장 설계 공모이고, 또 하나는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설 공예박물관이며, 세 번째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다.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 광장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는 광화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공예박물관 역시 공예가나 디자이너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도 하다. 광화문이나 공예박물관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미미한 편이기는 하지만 필자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여 개월 동안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이 마을의 높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서울시와 종로구의 소유권 문제로 표류하며 ‘유령마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소유권 문제가 정리되며 본격적인 제 모습 찾기를 시작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본부 산하에 돈의문박물관마을팀이 구성된 후, 이 마을의 성격과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돈의문박물관마을에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며, 필자 역시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힌다.

이 마을이 현대의 공예작업을 하는 중진 공예가들이 주축이 된 문화마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한국의 현대 공예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만든 수준 높은 공예품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자기가 쓸 그릇을 만들고, 가구를 짜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들어 가는, 그런 마을이 되기를 바란다.

자기만의 확고한 색깔을 통해 성취를 이룬 중진 공예가들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시민과 관광객들이 갤러리나 상점이 아닌 그들의 작업실에서 하나의 문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수준 높은 공예품과 한국적 라이프 스타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현실과 유리되거나 놀이동산처럼 한시적으로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가 생산될 뿐더러 시민들이 주도적이고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이 아닌 지금 이 시대의 작업을 하는 공예작가들이 모인 마을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이 탄생할 공예박물관, 그리고 광화문 광장과 연계되는 공간으로서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시민과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지속될 공간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윤관 김윤관목가구공방 대표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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