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사들 봉급을 주기 위해 아파트도 팔았습니다. 이런 원장도 있는데 왜 모든 사립유치원을 비리유치원이라고 부릅니까?”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마지막 국정감사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전북지회장은 ‘한유총 입장을 설명하라’는 질문에 울먹이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답변 도중 자신의 머리에 헤드랜턴을 끼고 “새벽마다 제가 직접 밖에서 이렇게 일한다”며 영세한 유치원들까지 모두 비리세력으로 매도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호소력이 높지 않았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맞는 규칙 없이 감사를 한 게 문제”라는 것이 그와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의 답변 골자였기 때문이다.
한유총 측은 이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증인 신청에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소명하겠다’며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출석 전에는 ‘교육자적 양심으로 유아교육 개혁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문을 냈고, 이 비대위원장은 답변에 앞서 “이 자리를 빌어 사립유치원이 억울하다고 설명하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답변 내용은 한유총의 기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사립유치원의 사정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이 없이 사립학교법을 준용해 감사한 것이 문제”라며 ‘제도 탓’을 반복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개인재산권 인정이 정말 필요한 부분인지 아닌지 국민참여 정책숙의를 통해 논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사립유치원 회계와 관련한 질의에는 즉답을 피하거나 내용을 혼동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나랏돈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를 받고 비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수 차례 “(사립유치원은) 세금을 받은 적이 없고 설립자가 스스로 경영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홍 의원이 “그럼 누리과정비는 뭐냐?”라고 반문하자 “유치원을 설립할 때 지원받은 게 없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지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비대위원장은 “유치원 운영비에는 국고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을 같이 보관하지만 돈에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일부 혼용된 것”이라며 “실제 정부지원금은 교사 인건비 등 용처에 맞게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럼 학부모 부담금은 사적으로 써도 되냐?”고 묻자 “그런 경우는 일부이고 대부분 교육 목적으로 썼다”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에 대한 한유총의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30일 예정된 한유총의 토론회는 이들의 집단휴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 측은 회원 유치원에 ‘1곳당 2명 이상 참석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유치원 측의 집단행동 및 학습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만에 하나라도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들께 약속 드린 대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ê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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