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이유도 없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30여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이 남성을 ‘상해치사’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혐의로 구속기소해 경찰의 초동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31일 창원지검 통영지청과 거제경찰서 등에 따르면 A(20)씨는 지난 4일 오전 2시36분쯤 거제시 고현동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앞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B(58)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십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뒤 B씨가 숨졌는지 관찰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도로 한 가운데로 끌고 가 하의를 벗겨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살려 달라’고 애원 했지만 무시하고 무릎과 발로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수십 차례 때리고 도로 연석에 내동댕이치고 다시 폭행하는 등 30여분간 폭행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A씨의 엽기적인 폭행장면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장소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으며,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지난 5일 오전 8시쯤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A씨는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숨진 B씨는 키가 132㎝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거기를 갔는지 모르겠다”며 진술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터넷에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등의 문구를 검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거제=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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