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광명역과 수도권 서부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잇따라 운행을 중단,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용객 수요 부족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애당초 수요 예측을 잘못해 ‘예견된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부천시는 경인선 송내역 환승센터와 KTX 광명역을 오가는 8808번 셔틀버스 운행을 5일부터 중단한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2일 운행을 시작한지 11개월 만에 폐선되는 것이다.
모두 5대가 30분 간격으로 송내역 남부~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영업소~KTX광명역 구간을 운행하는 8808번 버스는 올 2~10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500~550명에 불과했다. 요금이 2,600원인 이 버스 노선 손익분기점은 1,000명 가량이다.
부천에서 KTX광명역까지는 승용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직접 연결하는 대중교통편은 8808번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이 버스를 출ㆍ퇴근길 등에 이용하거나 KTX로 지방을 오가는 주민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면 셔틀버스보다 최대 1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
부천시 관계자는 “8808번은 목적지가 KTX광명역 한 곳이라서 이용객 수요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고정 이용객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선 유지를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하게 폐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8월과 9월 인천시내와 KTX광명역을 오가던 셔틀버스 3개 노선도 적자 누적을 이유로 폐선됐다. 운행을 시작한지 불과 3~6개월만이었다. 6780번(부평역∼만수역~광명역), 6790번(원인재역∼인천터미널~광명역), 6800번(청라∼부평경찰서~광명역) 3개 노선이다.
3~6월 차례로 운행을 시작한 이들 노선에는 버스 16대가 투입돼 노선별로 하루 평균 35회씩 운행할 예정이었으나 운행 이후 파행을 거듭하다가 결국 폐선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KTX역이 없는 인천시민들의 불편은 더 커졌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인천시내에서 KTX광명역까지 30~40분이 걸렸지만 다른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면 평균 90분이 소요된다.
KTX광명역 이용객이 2015년 하루 평균 약 2만명에서 2016년과 2017년 2만1,000명, 최근2만4,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부천, 인천과 KTX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 노선 수요 예측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광명역 이용객이 늘어나면 부천, 인천 주민들의 이용도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 논리가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자치단체가 운송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긴 이들 노선이 짧게는 3개월만에 폐선된 반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사당역 구간 셔틀버스 등은 2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과 인천의 경우 정시성에 문제가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광명역을 가는 것보다 1호선을 이용해 서울역이나 용산역을 가는 것을 선호하는 이용객이 많다”라며 “노선을 신설하는 단계에서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