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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곳간 열고 또 열고... 사실상 정부주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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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곳간 열고 또 열고... 사실상 정부주도 성장

입력
2018.11.01 17:12
수정
2018.11.01 23:3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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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2.9% 중 재정 기여도 ‘0.8%P+α’

민간활력 위축에 세금으로 떠받쳐… ‘재정 중독’ 심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이 재정에 기대고 있으며 그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기업 등 민간이 활력을 잃으면서 정부가 세금을 풀어 성장을 떠받친 탓이다. 한국경제의 성장경로가 시장주도 아닌 사실상 정부주도, 재정주도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일 ‘2018년 재정정책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017년(0.8%포인트)과 유사하거나 이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2.9%(정부 전망) 중에서 정부 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재정기여도)이 ‘0.8%포인트+알파(α)’로 대략 3분의 1에 달할 것이란 얘기다.

세부적으로 공무원 월급, 각종 재정사업 등으로 지출한 정부 소비가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0.7~0.8%포인트로 집계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건강보험 보장이 되지 않던 비급여 진료가 올해부터 건보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추계에서 빠진 정부의 건보 지출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0.8%포인트를 상회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반면 정부 투자가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0.2~0.0%포인트로 관측됐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전년보다 20% 감소(22조1,000억→17조7,000억원)하면서 정부투자가 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성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재정이 기여하는 몫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성장률(3.7%)에서 정부 재정이 기여한 몫은 ‘제로(0)’였다. 오로지 가계 기업 등 민간의 힘으로만 3.7%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재정기여도는 2014년 0.3%포인트(성장률 3.3%)→2015년 0.6%포인트(2.8%)→2016년 0.9%포인트(2.9%)→2017년 0.8%포인트(3.1%) 등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1분기 성장률(1%) 중 재정의 기여도는 0.1%포인트였지만 2분기엔 0.6% 성장 중 재정의 몫이 절반(0.3%포인트)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도 지금 같은 경기하강국면일 때는 정부가 곳간을 열어 적극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재정마저 확장적이지 않았다면 아마 1%대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고 최배근 건국대 교수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푸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성장국면이 고착화되면서 경제의 ‘재정중독’ ‘재정만능’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진작을 위한 근본 처방 보다는 좀 더 손 쉬운 재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현 정부 출범 후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신산업을 창출하고 기존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 재정지출은 지나치게 복지 분야에 쏠려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기재부의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후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제외한 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7%에서 2020년 -2.3%, 2022년 -2.9%까지 치솟는다. 통상 이 수치가 -3%가 되면 재정이 위험하다고 본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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