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개런, 오픈런 등 ‘일회성 모임’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가볍게 만나 뜨겁게 활동을 즐기고 미련 없이 쿨하게 해산하는 게 일회성 모임의 공통된 특징인데요. 이러한 모임은 지속적인 공동체 생활보다 개인생활에 집중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확산돼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갖춘 신개념 일회성 모임을 한국일보가 살펴봤습니다.
제작=김수진 인턴기자
“‘막내가 새로 왔으니 총무를 맡기면 되겠다’는 회원부터 신입회원을 얕보는 듯한 묘한 분위기까지 겹쳐 거부감이 컸어요.” (직장인 이모(46)씨) 직장인 이모(46)씨는 한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탈퇴했습니다. 첫날부터 신입회원이 갖은 잡무를 떠맡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
“일회성 모임에선 자체규율을 만들고 따르거나 회식 등 추가모임에서 오는 피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아요.” (직장인 이모(46)씨) 대신 이씨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번개런'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번개런이란 정해진 날짜 없이 하루 이틀 전 갑자기 공지 후 함께 뛰는 모임을 말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영감을 얻고 저도 그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 건 좋아요. 하지만 주객전도된 것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번개런 '맛동산' 주최자 정요정(32)씨) 번개런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달린다는 목적을 이루면서도 낯선 이들과 만나며 느끼는 부담감은 피할 수 있다는 점.
“각자 직장에서 조직 생활하기도 힘든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인위적인 소속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픈런 크루 ‘당뛰우뛰’ 설립자 백인춘(40)씨) 번개런과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오픈런'도 인기입니다. 오픈런은 매주 정해진 시간에 달리기를 하되 기존 멤버 외 새로운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는 방식.
번개·오픈런 같은 일회성 운동 모임 확산의 일등공신은 모임이 수시로 열리고 사라지는 '장마당' 기능을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데요.
인스타그램에 번개·오픈런 장소와 시간을 공지해 만나거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함께 찍은 사진 정도만 공유한 뒤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식입니다.
“금전과 시간, 감정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아요.” 이러한 일회성 운동 모임은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 까지 추구하는 2030세대에게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가심비 : 가성비에 심리적 만족까지 취하는 소비형태)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원하는 모임을 언제든 만들고, 없앨 수 있다는 걸 체득한 젊은 층에겐 동호회보다 일회성 모임이 훨씬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불필요한 심리적 구속은 사절하는 일회성 모임 선호 현상은 독서토론회나 꽃꽂이, 면접 스터디 같은 일상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돼 가고 있습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개인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일회성 모임. 다만 익명성에 숨어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면 일회성 모임의 순기능이 퇴색될 수 있는 만큼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겠습니다.
원문_김형준 기자, 윤태석 기자, 석경민 인턴기자 / 제작_김수진 인턴기자
사진출처_한국일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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