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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위 전문성 높이기, 또 한 발 물러선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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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위 전문성 높이기, 또 한 발 물러선 복지부

입력
2018.11.07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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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맨 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맨 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중기자산배분 같은 투자 이야길 하는데,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 전문가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은 안 듭니다.”

지난 5월 30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 올해 2차 회의록에 기록된 한 위원의 자조다. 기금운용위는 64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실제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의 각종 계획과 성과를 평가한다.

몇백억 원, 몇천억 원도 아니고 수백조 원의 운용 방향을 정하는 만큼 위원들의 금융ㆍ경제ㆍ사회복지 등 분야의 식견이 몹시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이들 위원의 자격에는 별다른 조건이 없다.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기금운용위원은 총 21명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6명이 당연직 위원을 맡고, 나머지 14명은 민간 위원이다. 민간 위원 추천 몫은 사용자 단체, 근로자 단체, 농어업ㆍ자영업자ㆍ소비자 및 시민단체에 주어지는데, 이들이 주로 단체 관계자를 후보군으로 올리면서 본부 활동을 적절히 평가하거나 견제하는 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박구원 기자

보건복지부는 올해 들어 국민연금의 낮은 기금수익률 등이 비판을 받으며 현행 기금운용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기금운용위 구조 개선에 강수를 뒀다. 시행령을 고쳐 기금운용 위원들이 ‘금융ㆍ경제ㆍ자산운용ㆍ법률ㆍ사회복지 등 3년 이상 경력’을 갖추도록 자격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지난달 초 발표해 관계 단체와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 달 새 복지부는 당초 정부안에서 대폭 물러서 추천 인사의 3분의 1가량만 전문성 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등 절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관계 단체들의 반발에 밀린 것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위가 기금운용본부 거수기일 뿐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전문성ㆍ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며 “다만 관계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 절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 구조 개선을 포함한 국민연금 개편법안은 2003년부터 무려 17차례(정부안 4차례)나 발의됐으나 여ㆍ야 정쟁과 시민단체ㆍ전문가들의 엇갈린 의견 차에 밀려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역시 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전문성 조건을 내세우는 순간 국민연금 가입자 대표성은 사라지고,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원 추천 몫을 가진 한 단체 관계자는 “정부안 발표 이후 관계단체 간담회가 계획됐지만 복지부가 초안과 다를 바 없는 안을 들고 나와 불참 의사를 밝혔고 간담회는 무산됐다”고 말했다. 정부정책연기기관 한 관계자는 이들 단체의 반발 이유에 대해 “전문성 조건이 강화되면 기금운용위에서 조직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가 이들 단체의 반발에 밀려 전문성 요건을 대폭 양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추천 위원 중 3분의 1만 전문가로 꼽히면, 되레 발언 기회나 의견 주도력이 전문가에만 쏠려 위원회 내에서도 층위가 생기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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