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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6개월로 늘린다는데…선택근로제는 논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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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6개월로 늘린다는데…선택근로제는 논의도 없어

입력
2018.11.12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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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업계, 프로젝트로 일하는 업무 특성상 

 월 208시간 내 시스템 완료 불가 

 주52시간 유예 종료 앞두고 난감 

 노동계는 “근로 단축 취지 무색” 반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들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하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6만명의 조합원이 모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법 원상 회복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들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하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6만명의 조합원이 모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법 원상 회복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이하 선택근로제)를 채택한 정보기술(IT) 기업 A사 임직원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속이 바짝 타고 있다. 6개월 간의 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기간이 다음달 말 종료되면 내년 1월부터 당장 단속과 형사처벌이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수주해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을 담당하는 업종의 특성상 IT 업계에선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IT 업종에서 한 달에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은 모두 선택근로제를 택하고 있는데, 현실을 반영한 개선안이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듯 다른 탄력ㆍ선택 근로제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에 이어 8일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적용이 급물살을 타면서 유연근무제의 또 다른 축인 선택근로제를 택한 기업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취지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탄력근로제는 가령 한 주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64시간을 근무하면 다음 주에는 40시간만 일해 2주간 근무시간을 104시간(주당 52시간) 안으로 맞추면 된다. 근무 스케줄이 어느 정도 고정돼 제조업에 유리하다고 평가되며 실제 대다수 제조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다. 기본 단위기간은 2주이고 노사 합의에 의해 3개월까지 늘릴 수 있는데, 최근 정치권에서 이를 최장 6개월까지로 늘리는 걸 추진 중이다.


반면 선택근로제는 기본 단위기간이 1개월이다. 이 기간의 총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기준 삼아 208시간만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탄력근로제에서는 제한하는 ‘주 최대 64시간’ 이상의 근무도 가능하지만, 몰아서 일한만큼 반대로 몰아서 쉬어야 총 근무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특성이 있는 IT, 게임, 디자인, 설계,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등 분야에서 주로 선택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들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하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6만명의 조합원이 모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법 원상 회복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들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하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6만명의 조합원이 모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법 원상 회복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평균 주 52시간, 한 달 단위로 유지하긴 힘들어” 

이들 업종은 대부분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하거나, 제품 출시를 정해진 일정 안에 끝내야 한다. 근로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엔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게 이 기업들의 공통점이자 최대 난제다.

예를 들어 IT 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는 경우 시스템 완성 전후 서너 달은 버그(오류)를 잡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가동에 들어갔을 때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B사 관계자는 “사람을 더 뽑아 기존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다, 시스템 히스토리 전체를 파악하지 못해서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1개월 단위로 선택근로제를 적용하라는 건 대형 프로젝트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도 늘리기 위한 입법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변수다. IT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도 64시간 노동 일상화와 일자리 창출 취지 무색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하루 근무시간 상한선이 없는 선택근로제는 더 가혹한 조건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모두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하자는 것인데”라며 답답해 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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