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황해북도 삭간몰 등지에서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 중이라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와 관련 보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알고 있던 내용이며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인용해 “(북의) 큰 속임수”라고 전한 뉴욕타임스와 달리 북한 정보 전문매체인 38노스와 크리스토퍼 힐, 게리 세이모어 등 전직 미 안보담당 관료도 “기만으로 보기 어렵다” “알던 내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이 뉴욕타임스 보도를 “우리 의도와 달리 선정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가정보원도 14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미 삭간몰 기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통상적 수준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핵협상이 밀고 당기는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확성이 의심되는 분석이나 보도에한미 당국이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미 언론 역시 이런 태도를 부추겨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뉴욕타임스 보도가 적지 않은 비판을 받는 것처럼 “청와대가 북한 대변인이냐”고 공격하는 국내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도 잘못이다.
그러나 이 논란이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언론이자 친민주당 성향인 뉴욕타임스 보도로 불거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 조야에서 “대체로 정부의 (안보 관련) 정보 판단을 신뢰하는 (미국의) 과거 전통이 깨지고 있고” “미국 정치의 분열이 안보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의 분석과 우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정책 승인권을 쥔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점을 감안하면 파장은 제한적이겠지만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2차 정상회담을 내년으로 넘긴 북미는 사전 실무 접촉에 시동을 걸고 있다. 북미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불신을 얼마나 떨쳐버릴 수 있느냐이다. 단편적이고 새롭지 않은 정보를 과거의 인식틀에 맞춰 해석ㆍ유포하는 행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정부는 물론 언론도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에 입각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북미 협상은 그렇게 해도 성사될까 말까 할 정도로 예민하고 복잡한 사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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