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계종과 정책 협의
국립공원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징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문화재 관람료 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문화재청이 문화재 관람료 문제 해결을 천명하고 나서고,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 협의에 나서면서 10년 넘은 대립이 분기점을 맞았다.
14일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 조계종과 최근 한 차례 정책회의를 진행했고,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도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도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각 부처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내용을 보내며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조만간 국립공원 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람료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사찰이 관광객에게 임의 부과하는 부당한 ‘준조세’라는 시민들의 비판과, 사유재산인 사찰이 정당하게 이용료를 받는 것이라는 불교계의 주장이 맞서왔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국립공원 관련 민원 가운데 문화재 관람료 징수 관련 민원(20.5%)이 가장 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문화재 관람료 폐지’ 등의 제목으로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는 1962년 해인사에서 시작됐다. 1970년 속리산 국립공원 입장료와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가 함께 통합 징수되며 반드시 내야 할 요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지면서 사찰이 관광객에게 임의로 부과하는 요금으로 돌아갔다.
전남 구례군 천은사는 문화재 관람료 논쟁의 대표 사례다. 천은사가 경내 통과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으로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으면서 ‘통행세’ 비판이 제기됐다. 사찰이 임의로 책정하는 문화재 관람료 액수도 비판의 대상이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25곳. 적게는 1,000원(석남사, 천은사 등)에서 많게는 5,000원(불국사, 석굴암)을 문화재 관람료로 부과한다. 종교시민단체 불교개혁운동의 한 관계자는 “종단의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어 관람료 책정이나 인상은 각 사찰의 판단에 따라 정하고 (종단에) 통보만 하면 끝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관람료의 연간 추정액은 400억~500억원이다.
문화재청과 조계종 간 협의의 핵심은 돈이다.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가 자연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쓰이는 관리비이고, 관람료 징수는 사찰 사유 토지에 대한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람료를 폐지할 경우 정부가 예산으로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구체적인 보상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자연공원법 개정안도 주요 변수다. 조계종은 공원 내 사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개정안이라서 반대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13일 열린 취임 법회에서 “(정부가) 자연공원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하면서 토지의 소유주인 종단 및 사찰과 일체 협의과정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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