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삼바 4조5000억 고의 분식”… 시장 충격
알림

“삼바 4조5000억 고의 분식”… 시장 충격

입력
2018.11.15 04:40
1면
0 0

 증선위, 금감원 제시 증거 인정… 외국인, 투자자 소송 후폭풍 우려 

삼성바이오감리결과 조치만과 판단. 송정근 기자
삼성바이오감리결과 조치만과 판단. 송정근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회계상 4조5,000억원을 분식했다고 최종 판단함에 따라 적잖은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장 삼성바이오 주식이 거래정지되며 8만명도 넘는 개인투자자가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분식 회계를 한 회사의 상장을 도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외국인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 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재무제표도 분식회계 이전으로 정정을 해야 해 증권 시장의 혼란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악재투성이로 고전하고 있는 바이오 업계는 울고 싶은 심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증선위원장은 14일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 자료와 당시 회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는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갑자기 에피스 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치로 매겨 결과적으로 2조7,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 이 같은 회계처리는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게 증선위의 설명이다.

증선위는 또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해임을 권고하고 삼성바이오에 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고의 분식회계 건으로 검찰에도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미 지난 7월에도 ‘고의 공시 누락’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증선위가 물린 과징금 8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8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한 대우조선해양에는 4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검찰 고발을 당한 삼성바이오는 15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15일 안에 상장적격성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만약 대상이면 20일 내 상장폐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가 끝날 때까지 최장 35일간 거래가 안 된다. 다만 상장폐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의 경우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5위(14일 종가 기준) 기업인 만큼 계속 기업가치에는 문제가 없어 상장적격성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거래는 보름 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이 때까진 자금이 완전히 묶이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바이오 본연의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 조치안이 이달중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결되면 삼성바이오는 곧바로 증선위 요구를 반영해 과거 재무제표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증선위는 부풀려진 기업 가치가 4조5,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런 장부상 이익을 지우면 삼성바이오는 2015년 흑자가 아닌 2,143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자기자본 역시 2조7,000억원이 아닌 6,443억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2016년 10월 상장 신청 당시엔 삼성바이오가 이미 투자자로부터 공모를 받아 2조원대 자본을 확보한 만큼 분식 회계 부분을 정정해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 정정으로 삼성바이오 가치가 줄어들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재무제표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 만큼 규모가 크진 않겠지만 삼성물산도 재무제표가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허위 공시 또는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ISD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9.09%다. 시가로 따지면 2조원도 넘는다. 사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는 삼성바이오 상장 신청 당시 분식회계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까지 고쳐가며 상장을 적극 도왔다. 외국인은 이 부분의 한국 정부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바람에 7,700만달러(약 873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통합 당시 합병 비율 산정의 중요한 항목이었다. 송기호 변호사는 “삼성물산 합병 문제와 삼성바이오 상장 문제가 모두 연관돼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이 엘리엇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이 ISD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이번 삼성바이오 건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삼성바이오회계기준 변경 따른 실적변화. 송정근 기자
삼성바이오회계기준 변경 따른 실적변화. 송정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