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처분 인용 안할 경우 4조원대 이익도 바로 제거해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고의 분식이 맞다”고 결론 짓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지만 실제 제재 집행까진 넘어야 할 벽이 남았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한 행정소송과 함께 당장 제재 효력을 중지시켜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동시 제기할 예정인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제재 집행은 즉각 중단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처지가 엇갈리게 되는 셈이다.
15일 금융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증선위 조치안에 대한 서류 준비를 마치는 대로 삼성바이오에 조치안 이행을 위한 통지서를 발송하게 된다”며 “증선위가 내린 조치안 중 시정조치(회계장부 정정)의 경우엔 통지서 수령 시점부터 한 달 안에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전날 삼성바이오에 김태한 대표이사를 해임할 것을 권고하면서 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4조5,000억원의 고의 분식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가 당장 집행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당국 안팎의 평가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를 고발 조치한 만큼 행정법원이 증선위 조치를 무효로 하기 위한 본안 소송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할 가능성이 큰 반면 제재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제재 집행은 길게는 3년가량 미뤄질 수도 있다. 행정소송이 끝나는 데 통상 2~3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로선 상당한 시련을 각오해야 한다. 당장 내년 초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건 물론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도 바로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의 2015년 재무제표는 1조9,000억원 흑자에서 대략 1조5,000억원의 적자 기업으로 돌아선다. 물론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조치를 바로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당국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과거에도 증선위 조치를 1년 넘게 이행하지 않은 기업도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징계안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조치안 불이행은 제재 가중 사유에 해당해 증선위가 더 무거운 조치안을 의결할 수 있다”며 “회사 측의 제재 이행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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