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효과에다 최근 국제유가까지 하락하면서 다음 달 초엔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500원 아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류세를 내리고도 국제유가가 치솟는 바람에 체감 효과가 낮았던 10년 전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이달 6일)한 지 10일째를 맞은 15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66.08원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 직전인 5일(1,690.3원) 이후 ℓ당 124.22원이 하락하며 정부가 목표로 한 가격 하락 폭(123원)을 넘겼다. 경유 가격 역시 같은 기간 ℓ당 1,495.8원에서 1,413.37원으로 82.43원 떨어져, 정부 예상 하락치(ℓ당 87원)에 근접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이란 제재 예외 국가 인정 등으로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 기름값도 국제유가와 유류세 인하 효과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유종 중에서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과 밀접한 건 두바이유다.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두바이유와 연동)을 기본으로 한다. 두바이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국제 휘발유 가격도 10월 첫째 주 배럴당 91.68달러→11월 첫째 주 72달러→14일(현지 시간) 65.82달러로 낮아졌다. 국제 경유 가격 역시 이 기간 100.04달러→88.32달러→82.89달러의 흐름을 보였다.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결정할 때 1주 전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반영하고, 또 주유소가 자체 저장탱크 물량을 소진(약 2주 소요)한 뒤 공급받아 보통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 사이의 시차는 3주 정도 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국제 휘발유ㆍ경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내리면 보통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약 7,8원 하락한다”며 “이번 주 국제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주보다 배럴당 7,8달러 떨어질 경우 3주 뒤인 다음 달 초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금보다 50원 이상 내려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500원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를 인하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당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ℓ당 1,703원)은 유류세 인하 직전인 같은 해 1, 2월(평균 1,653원)보다 오히려 올랐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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