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소설을 쓴 인터넷 작가에게 중국 법원이 무려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간범에게 적게는 3년 가량의 형이 선고됐던 전례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과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PM) 등 외신에 따르면 ‘티엔이(Tianyi)’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중국 안후이(安徽) 성의 인터넷 소설가 리우(Liu)씨는 지난달 음란물 생산 및 유통 혐의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리우씨가 쓴 공점(攻占ㆍOccupy)이라는 소설이다. 해당 소설은 남성 교사와 남성 제자 간의 ‘금지된 사랑’을 다루고 있다. 중국 사법 당국은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의 성애 묘사 부분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소설은 인터넷을 통해 7,000부 이상 판매됐으며 15만위안(2442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리우씨의 행위는 법 해석에 따라 5,000부 이상의 포르노 서적을 판매하거나 판매로 인한 수익이 1만위안(약162만원)을 넘어 ‘특별히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됐다. 10년 이상의 형에 처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이 보통 3년에서 10년 안팎의 형을 선고 받는 것과 비교했을 때 리우씨의 형량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SCMP는 중국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앞서 윈난성에서 4세 여아를 성폭행한 남성이 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았던 사례를 언급했다.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여론의 공분이 일었고 2심에서는 2배나 늘어난 8년이 선고됐지만 역시 리우씨의 형량에는 못 미쳤다.
리우씨에게 적용한 ‘특별히 심각한 상황’에 대한 기준 역시 1998년에 마련된 것으로 시대와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던 당시 사정에 기반해 만들어진 규제였던 만큼 유통망이 확대되고 수익의 규모도 커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규제가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를 ‘비정상적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유통되고 있는 5만개 이상의 동성애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보다 앞선 3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됐던 동성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이 베이징 국제 영화제 상영목록에서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추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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