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중학생들에게 폭행 당한 후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A(14)군의 지인이 가해 학생에 대해 “평소 여우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걸 왜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군은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 연수구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중학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후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A군이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해 말렸다고 주장했지만 A군이 가해자들에게 끌려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나오자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한 가해자는 사망한 A군의 패딩 점퍼를 입고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나와 분노를 사기도 했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A군은 어렸을 때부터 외모 때문에 아이들의 놀림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어머니의 친구로 A군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는 러시아인 마리아씨는 “가해자 중 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A군의) 집에 와서 피자도 먹고 같이 놀았다. ‘피자를 사주면 놀아줄 거야’ 그렇게 여우처럼 하는 것 같았다”고 아이들의 관계를 전했다. 그는 “우리가 볼 때는 (아이들이 A군을) 왕따처럼 대했다. 애들이 안 놀아주니까 가족처럼, 친구처럼 대하고 싶어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이 다섯 살이던 13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마리아씨는 자신의 아들도 한국인과 다른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고 토로했다. 마리아씨는 “8살 때 애들이 (우리 아이를 보고) ‘미국인 잡았어’라고 놀리곤 했다. 그러면 아들이 집에서 돈을 훔쳐서 애들에게 주면서 친구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말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고 김치도 잘 먹고 게임도 같이 하는데 아이들이 계속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마리아씨는 학교와 가정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고려인 아이들을 안 괴롭힌다”면서 “부모, 선생님들이 러시아, 코리아 다른 나라이지만 어차피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왜 안 가르쳐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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