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눈’ 자극해야 살아남는 시대
차별화 입힌 창작 콘텐츠로 글로벌 공략
사람들이 ‘듣는 즐거움’보다 ‘보는 즐거움’에 익숙해지면서 대표적 듣는 콘텐츠인 ‘음악’에도 보는 즐거움을 더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음악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들은 영상 기반 음악 콘텐츠 제작 능력 키우기에 나섰다. 특히 한류 팬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케이팝을 기반으로 재미는 더 있으면서도, 전통 미디어인 TV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기획 동영상을 만들어 차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미디어가 키운 ‘보는 음악’
2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음악 관련 온라인 동영상을 감상한 적이 있는 소비자는 64.9%로 조사됐다. 빈도 조사에선 일주일에 1~2번(38.3%)이 가장 많았고 1개월에 2~3번(24.9%), 일주일에 3~4번(12.7%) 순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매일 △일주일에 3~4번 △일주일에 1~2번 등의 비율이 상승해 음악 동영상을 감상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 플랫폼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각적 콘텐츠 소비 욕구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같은 조사에서 ‘듣는 음악’은 멜론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소비자가 76.6%로 압도적이었지만, ‘보는 음악’ 이용 수단은 유튜브, 네이버 등 무료 영상 플랫폼 및 포털사이트가 86.9%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 추세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8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를 접한 채널은 TV가 63.5%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 음악은 뉴미디어 플랫폼이 62.4%로 제일 많았고 1년 전(52.2%)보다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카카오, CJ ENM, 메이크어스 등 ‘보는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형 업체들은 자사 소속 가수에 국한하지 않고, 케이팝 가수나 음악의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류 힘입고 글로벌 시장 겨냥
음원 사이트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케이팝 채널 ‘원더케이’를 운영하고 있다. 10여명의 자체 PD를 두고 있는 원더케이는 멜론 차트 상위 100위 바깥의 곡들을 소개하는 ‘차트밖1위’, 아이돌들이 춤 실력을 겨루는 웹예능 ‘댄스워’ 등을 제작해 해외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구독자 수 2,000만명을 돌파했다.
방송 채널 엠넷을 운영 중인 CJ ENM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2’ 채널을 개설했다. ‘프로듀스48’ 등 아이돌 콘텐츠 기획 능력을 살린 ‘직캠영상’(특정 멤버만 따라다니며 찍은 영상)이 대표 콘텐츠다. 음악 플랫폼을 준비 중인 SK텔레콤이 지난 6월 메이크어스에 100억원을 투자한 것도 ‘보는 음악’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메이크어스의 ‘딩고뮤직’ 채널은 세로로 긴 스마트폰 화면에 특화된 ‘세로라이브’를 포함해 인기 가수의 가창 장면을 담은 창작 콘텐츠로 유명하다.
케이팝이라는 흥행 보증 콘텐츠를 잘 활용하면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보는 음악’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이다. 원더케이의 경우 기획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거의 모든 창작 콘텐츠에 다중언어 기능과 번역 자막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미연 카카오M 뉴미디어마케팅그룹장은 “원더케이 유튜브 채널 구독 국가는 244개국”이라며 “해외 이용자는 국내 음원 사이트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튜브 같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ICT 기업들은 모두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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