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인터뷰
“우체국 오토바이는 1980년대 초부터 자전거를 대신했지만 이젠 보내줘야 할 때가 됐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강성주(53) 우정사업본부장은 집배원들의 ‘발’, 우편배달용 이륜차(오토바이)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편지는 계속 줄어들지만 소포가 너무 많다”며 “집배원의 안전은 물론,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초소형 전기자동차로 우편 배달의 패러다임을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은퇴’는 그가 본부장 취임 이후 전국 우체국에서 직접 우편배달을 해보며 느낀 결론이다. 눈비가 오는 날 오토바이는 너무 위험하고, 적재용량이 35㎏에 불과해 갈수록 늘어나는 소포 물량을 감당하기에 벅차다.
강 본부장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전기차다. 올해 4월 10대, 5월부턴 40대가 전국 주요 우체국에서 이미 시범 운영 중이다. 한번 충전하면 하루 배달 물량 소화가 가능하고 적재용량도 200㎏으로 넉넉하다. 국내 제조사의 생산능력이 갖춰지는 내년 상반기에 1,000대, 하반기에 4,000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는 전국 우체국의 오토바이 약 1만5,000대 중 1만대(67%)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게 목표다. 강 본부장은 “우편배달용 전기차가 해외에서도 등장하고 있다”며 “우리 우체국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집배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에만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집배원의 잇단 비극과 주 100시간을 종종 넘기는 과도한 근로시간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강 본부장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꾸려져 현장 조사 등을 거친 뒤 최근 도출한 결론이 우선 내년에 집배원 1,000명 증원”이라며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지를 보내지 않는 시대에 우체국의 역할도 그에게는 큰 고민이다. 국가기관이 민간과 택배, 금융 사업을 경쟁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강 본부장은 “경영은 효율적이면서 국민에게는 보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며 “일부 물류, 금융 분야에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어촌 지역 택배를 예로 들었다. 현재 물량이 적은 산간이나 도서지역 택배는 민간 기업의 택배물량도 우체국이 대신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사업성이 떨어져서 못 가는 곳은 기업들이 우체국에 위탁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조가 찬성하는 토요일 택배 폐지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토요일 근무 시 월요일 휴무 의무화가 그가 내세우는 원칙이다. 강 본부장은 “월요일은 배달 물량이 주말의 10% 정도라 충분히 가능하다”며 “주 52시간 근무는 보장하되, 우체국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 국민에 대한 책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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