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남성이 수만 년간 고립 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의 한 부족민과 무리하게 접촉하려다 그들이 쏜 화살에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현지 언론과 BBC, 뉴욕타임스(NYT) 따르면 미국 워싱턴 출신의 앨런 차우(27)는 지난 16일 인도양 안다만ㆍ니코바르 제도의 북 센티넬 섬에 들어간 뒤 17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차우가 들어간 섬에는 원주민 150여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부족 중 하나로, 문명과 완전히 접촉을 끊은 채 6만년 가까이 사냥과 채집 등 그들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이 부족은 외부 세계와 교류하면 전염병에 쉽게 걸려 죽는 것으로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도 이들 삶의 방식을 존중해 외부인이 부족 거주지 인근 5㎞ 내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부족민과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해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안다만ㆍ니코바르 제도의 경찰청장인 데펜드라 파탁은 “행선지를 잘못 잡은 모험이었다”며 “그도 그곳이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우를 불법으로 섬에 데려다 준 혐의로 어부 7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우는 지난 14일 안다만섬의 블레어항에서 북 센티넬 섬까지 갈 배를 빌렸으며,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 당국 감시를 피해 출발했다. 항구에서 섬까지는 약 70㎞ 거리다. 이튿날 새벽 섬 근처에 도착한 뒤에는 카약에 옮겨 타 혼자 노를 저어 섬으로 향했다. 어부들은 “부족들이 화살을 쏴서 그가 되돌아왔다”고 말했고, 경찰은 “이후 이틀 동안 입도 시도가 있었다”며 “배에는 축구공, 낚싯줄, 가위 등의 차우가 부족민에 줄 선물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차우가 섬에 들어간 목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 관광객이라고 설명했고, 인도 언론은 차우가 선교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도 NDTV는 차우가 부족민을 개종하려 했다고 전했다. 파탁 청장은 “낚싯배에서 카약을 타고 섬으로 출발하기 전 어부들에게 ‘예수가 나에게 금지된 곳에 갈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며 “카약에는 성경도 가득 차있었다. 부족을 개종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7~1991년 사이 북 센티넬 섬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인류학자인 탄드 판딧은 “그 섬의 원주민들은 안다만의 다른 원주민 공동체보다 외부인들에게 적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도 경찰은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부족민과 접촉하는 일 자체가 불법이라 수사가 쉽지 않는 탓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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