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를 계승해 노사 현안과 관련 정책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과거 노사정위보다 더 많은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 노동 및 산업, 복지, 사회 문제의 폭넓은 논의를 목표로 출발한 사회적 대화기구다. 노동계의 경우 기존 양대 노총 위원장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가 더해졌다. 경영계도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만 참여하던 것에서 중소ㆍ중견 기업인, 소상공인 대표로 구성이 다양해졌다.
이날 문성현 위원장 말대로 경사노위에 “국민적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면한 노사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 해소나 저성장과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바람직한 산업, 노동, 사회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과 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상공인이 그런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자문’이라는 제약은 있지만 다양한 의제별ㆍ업종별 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안전망, 연금개혁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이를 발신하려는 시도도 바람직하다.
경사노위가 주어진 과제들에서 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참여 주체들이 개별 집단의 이익만 고집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주체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조금씩 양보하고 조정해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사노위가 힘을 얻으려면 정부나 국회가 경사노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존중해야 한다. 당장 국회의 요청으로 경사노위는 이날 탄력근로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 구성을 의결했다. 관련 국회 논의는 경사노위 결과를 지켜보며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처럼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안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에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불참한 것은 아쉽다. 과거 노사정위 참여의 트라우마나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나 상대적으로 노동친화적인 정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의 자리에 불참해 얻을 실리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경사노위 권고대로 민주노총은 하루라도 빨리 경사노위 본위원회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해 주기를 거듭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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