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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해결인 ‘사드’와 시진핑의 답방

입력
2018.11.24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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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에 대한 통념 중 하나가 ‘도구’다. 외국어 공부의 목표는 분석 도구를 하나 더 갖기 위함이다. 외국어라는 도구는 어떻게 그 활용 가치가 발휘될까. 연구자들에겐 더 많은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이들은 동일 자료를 다른 언어로 교차 점검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본국의 외교를 반드시 상대국 언어 자료로 교차 점검해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나 그릇된 인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이 만났다. 이는 지난해12월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첫 만남이었다. 그간 한반도에 많은 외교적 일이 벌어졌던 차에 한중 정상 만남에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중 양국 정부와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결과는 달랐다. 아니, 우리 측 발표 내용이 중국 측에는 보이질 않았다. 여기서 언어라는 도구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회담결과 발표에서 세 가지 내용을 고무적으로 다뤘다. 첫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서울 답방의 성공을 확신하는 우리 측 예상이었다. 둘째,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하는 것이었다. 셋째, 시진핑 주석의 남북한 방문이 내년에 예정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대일로’ 사업에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중국이 독려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도 역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회담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한 것으로 전했다. 언론은 일제히 "일이 이루어지는 데 천시(天時ㆍ하늘의 때)ㆍ지리(地利ㆍ땅의 기운)ㆍ인화(人和ㆍ사람 간의 융화)가 필요하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우리 정부가 ”조건들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어 때가 무르익었다”로 해석한 것으로 전했다.

문제는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중국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측의 해석이 문맥상 정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사실은 ‘천시지리인화’의 뜻을 오해하는 것이다. 이 말의 어원은 맹자이고, 이를 전략적 사고로 응용한 이가 제갈량이다. 두 사람이 말하는 ‘천시지리인화’는 문맥상 조건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도의(道義)와 인의(仁義)로 대중의 지지 확보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의 뜻을 점하고(占天時),땅의 기운 위에 병립(居地利)하는 정의가 바로 설 때 인간의 융화(有人和)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재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발언은 김 위원장과 북핵 문제의 정의로움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적 관계 차원의 융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 주석의 남북한 방문 계획에 대해서도 중국 언론은 언급이 없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남북한으로부터 수차례 방문 초청을 받았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약 7번이나 초청 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도 작년 12월 방문 이후 마찬가지다. 이를 의식한 그의 방문계획에 대한 답은 ‘예정’으로 일축됐다. 중국 정상의 해외방문 계획은 미리 알려지지 않는다. 특히 북한의 경우는 그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리의 제일 관심사인 사드 제재 해제 문제도 우리 언론에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언론에서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번영에 대해 시 주석이 우리에게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신뢰를 구축, 공고화해 민감한 문제를 완벽히 해소’하자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했다. 중국에 있어 우리와 제일 민감한 문제는 사드다. 중국이 아직까지 이를 예의 주시한다는 방증이다. 즉, 문제의 일시적 봉합이 완전 해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의 인식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 전 시 주석의 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사드로 한중 양국 간의 융화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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