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 이규호 전무로 승진 시켜
“사업 부문에서 경영 기회 준 것”
1년쯤 국내외 돌며 공부 계획
“성과를 내면 모르겠지만 능력이 안 되는데 굳이 지분을 물려주고 경영권을 넘길 생각은 없다.”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내년 1월부터 경영 퇴진 의사를 밝힌 이웅열(63) 코오롱그룹 회장이 향후에도 외아들 이규호씨에게 그룹 경영권은 물론, 지분조차 넘기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이번 인사에서 아들에게) 사업 부문을 맡아 경영하도록 한 건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35)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날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 코오롱그룹의 패션 사업 분야를 총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코오롱이 장기적으로 4세 경영 시대 대비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회장은 향후 아들의 경영능력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갑작스런 퇴진 결단에 대해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됐던 게 퇴진 생각을 굳힌 직접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뒤처지면 비즈니스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다”며 “내가 빠져주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그는 “1년쯤 국내외를 돌며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술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싹을 연결하고 결합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며 “1년간의 유랑생활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을 실천하는 방안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의 방식에 대해선 “직접 새 기업을 만들어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을 하거나, 투자자로 혁신적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도 있다”며 “우선은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코오롱 대주주로서의 자신의 역할과 관련, “경영진이 정말 잘 못할 때는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경영진이 이미 미래에 많은 투자를 해와서 경험이 많다. 오히려 내가 없으면 더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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