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45ㆍ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전 사장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며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3월 홍라희 관장 사퇴 이후 21개월 만이다. 2004년 설립된 리움은 국내 대표 사립미술관이다.
6일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미술관 발전을 위한 주요사항을 논의할 운영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하고, 이서현 전 사장을 초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복지재단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이 전 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전 사장은 이날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에서 물러났다.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될 위원회는 미술관 운영 전반 등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리움 관계자는 “미술관 주요 사안과 관련해 별도의 자문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운영위는 미술관 운영 전반과 비전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계에선 운영위원회 구성과 이 전 사장 위촉이 사실상 리움의 정상화 수순이라고 보고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 위원장의 어머니인 홍 관장이 지난해 3월 6일 일신상의 이유로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에서 사퇴한 이후 리움에서는 별도의 기획 전시가 개최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26일 끝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리움에서는 고미술 소장품 중심의 상설 전시만 열리고 있다.
사립미술관 중 규모가 가장 큰 리움이 기획전을 하지 않으면서 미술계는 큰 타격을 받아왔다. 한 사립미술관장은 “세계적인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 사실상 리움밖에 없는데, 리움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내에서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 전시가 줄었다”고 말했다.
리움의 정상화와 함께 홍 관장의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에 대해 “결정된 게 전혀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미술계에서는 이서현 전 사장이 위원장으로 위촉된 만큼 차기 관장으로 낙점된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갤러리 대표는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고, 홍 관장과 함께 직접 작품을 고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뚜렷한 행보는 없었지만 (이번 취임이) 앞으로 미술계에 발판을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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