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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확실성 키운 우리 외교 1년

입력
2018.12.1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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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우리 외교에 대한 평가는 호도에 찬 1년이었다. 한반도정세가 위협과 불안에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로 급변한 것에 이견은 없다. 문제는 후속조치의 부실로 결과가 부재한 사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실한 후속조치로 양산된 후과가 우리의 민생 심리에 동요만 가져다줬다. 최근 우리 지도자의 외국 ‘공식’ 방문에서 1년 전 북경에서 겪은 홀대와 수모를 재연한 모습은 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실추시켰다. 그 결과 우리 외교는 국운의 불확실성만 한층 더 증대시켰다.

외교는 대외적 불확실성을 최대한 감축시키려는 국가의 업무다. 대외적 불안과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객관적 환경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외교의 임무다. 정글 같은 무질서와 약육강식의 체계 속에 생존을 위한 보호 방편을 마련하는 게 외교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외교의 목표는 생존에 유리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이를 수반하기 위한 작업의 기틀을 정책이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전략과 전술에 있다. 바깥세상과 상대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판단을 통해 얻은 확신을 가지고 정책 입안이 이뤄진다. 그 확신은 상대방의 의도와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되었다는 방증이다. 이런 확신이 있은 후 전략전술의 개진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고서 시도되는 외교는 백전백패의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올 한 해 우리 외교는 그러나 불확실성만 증대시키고 이에 따른 내적 동요만 부추기는 결과를 양산했다. 모든 이슈와 과정에서 국민들 간에 분열과 갈등만 더 심화시켰다. 또한 갑작스레 몰고 온 한반도의 봄 분위기와 남북경협사업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생태환경의 훼손 등 국민의 눈살만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국론분열의 조장과 남북경협사업의 폐허로 우리의 사회적 비용 부담만 증폭됐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문제부터 체코 대통령 부재중의 공식방문까지 우리 국민의 수모를 보듬어 주는 지도자가 없다. 전자의 성사를 넋 놓고 기다리는 우리 정부의 모습이 평양에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후자는 작년 북경에서 이미 겪은 되풀이되지 말아야하는 중대한 과오였다. 이에 형식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내실을 강조하는 당국자들의 작년과 똑같이 반복되는 설명은 납득이 안 된다.

남북경협의 정비작업이 접경지역에서 시작되면서 사회적 병폐도 잇따르고 있다. 이 지역의 개발제한 해제 계획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국정운영방침에 역행하는 결과가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나타났다. 군사분계선 지역에서는 철도조사작업의 명목하에 무계획적인 벌목작업이 산림을 심각히 훼손시키고 있다. 인터넷에서 ‘악수하는 남북 군인’을 검색해 현장의 사진을 보자. 사진 속의 산림 훼손 장면은 과연 계획을 가지고 벌목작업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평창올림픽 준비과정의 과오가 상기되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개과천선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호도된 외교 결과를 양산했다. 피눈물 나는 각고의 노력 없이 개과천선은 없다. 북한은 이런 노력 없이 우리에게 경제제재 완화부터 비핵화 관련 모든 정치적 문제의 해결까지 위탁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북한의 진정성이 불확실한데 우리 정부가 무슨 근거로 북한의 요구를 대행해 주는지 알 방도가 없다. 더욱이 ‘믿고 따라오라’는 식의 우리 정부의 안일한 자세는 호도하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는 내적 단결과 통합을 전제한다. 대외적 의견 일치도 요구한다. 독자적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대내외적인 소통과 공조가 수반돼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사실 근거를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소통해야 과정이 공정한 정의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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