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실 먼저 만든 후 묘도 만들어
무왕이 생전에 준비해둔 능인 듯
백제 무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전북 익산 쌍릉 대왕릉에서 백제 고분 사상 최장 길이의 묘도가 확인됐다.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대왕릉 2차 발굴 조사를 실시해 백제 왕릉급 고분으로는 가장 길이가 긴 묘도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묘도는 길이 21m, 최대 너비 6m, 최대 깊이 3m 가량의 규모다. 최완규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인 왕릉급 무덤의 묘도가 4~6m인 데 비하면 매우 규모가 큰 편”이라며 “장례의식을 얼마나 장엄하게 치렀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분 축조 과정에서 석실을 먼저 만들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긴 묘도를 만든 사실을 확인했다. 대왕릉이 주인공 생전에 철저히 준비됐던 수릉(생전에 마련해 두는 임금의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
익산 쌍릉은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나뉘며 대왕릉은 설화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재위 600~641), 소왕릉은 부인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실시된 1차 발굴조사 당시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석실 내부에서 수습된 인골을 분석해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1∼170.1㎝,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무덤의 주인이 무왕일 개연성이 더욱 커졌다. 인골 분석 결과에 이어 최장 길이의 묘도와 수릉이 확인되면서 고고학계에서는 대왕릉을 무왕의 무덤으로 보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 소장은 “인골 분석에 이어 묘도와 수릉을 확인하면서 고고학계에서는 대왕릉을 무왕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며 “나아가 대왕릉과 미륵사지 등을 토대로 익산이 백제의 수도였다는 걸 방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