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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끊기고 무관심에... 1년도 못 간 ‘평창의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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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끊기고 무관심에... 1년도 못 간 ‘평창의 환호’

입력
2018.12.2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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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얼어붙은 동계스포츠] 

 윤성빈 평창서 훈련 못 해… 여자 컬링 ‘팀 킴’은 갑질에 멍들어 

 정부 지원ㆍ국민 응원 사라지고 선수들 척박한 환경에 사기 ‘뚝’ 

여자 컬링 팀 킴의 김은정과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연합뉴스
여자 컬링 팀 킴의 김은정과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윤성빈(24)의 금메달과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수확했던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이용(40) 총 감독은 지난 21일 경기 부천시에서 열린 한 용품업체와 후원 협약식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윤성빈의 성적이 오를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냉정히 볼 때 떨어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3월 세계선수권 대회 전망 역시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의 후원을 받는 자리인데다 선수의 사기를 위해 힘을 실어줄 법도 했지만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와 실내 스타트 훈련장이라는 우수한 시설을 두고도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참지 못한 것이다. 윤성빈 역시 훈련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훈련 예산도 올림픽 전 10억원대에서 올림픽 후 2억원대로 줄었다. 2018~19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은 윤성빈은 이달 초 치른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경쟁자들에게 밀려 모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2월 온 국민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열광했다. 윤성빈의 압도적인 금빛 질주에 환호했고, 여자 컬링 ‘팀 킴’의 ‘영미~’를 따라 외쳤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해 종합 7위에 올랐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올림픽 기간 경험했던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응원 속에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평창의 유산’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한 세상의 무관심과 달라진 게 없는 척박한 훈련 환경 속에 동계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서러워한다. 남자 아이스하키 조민호(31)는 “올림픽 직후만 해도 뭔가 될 것 같고, 좋아질 것 같았는데 갑자기 확 가라앉는 분위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각 종목의 경기연맹들은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판을 키우기는커녕 여전히 국가 지원금에만 목매달며 현상 유지에만 안간힘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자체 행정 기능을 잃어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전락한 상태다.

평창올림픽 최다 금메달 획득 종목인 쇼트트랙은 폭행 논란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올림픽을 20일 가량 앞두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21)는 아직도 뇌진탕 증세를 떨쳐내지 못해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심석희 측 관계자는 “1차 대회 후 정밀 검진에서 뇌진탕 증세가 남아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쇼트트랙은 심석희가 법정에서 상습 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이유에 대해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하면서 최악의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법정에서 실명이 거론된 특정 선수는 대표팀 동료이자, 심석희의 라이벌인 A선수였다. 진실을 가리기 전에 심석희와 A선수는 이번 사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고, 시즌을 맞아 한창 대회를 치르고 있는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자 컬링 팀 킴은 김경두(62)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가족의 ‘갑질’에 멍들었다. 팀 킴은 대한체육회 등에 호소문을 보내 김 전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당했고 국제 대회 상금도 제대로 배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또 국제대회에 초청을 받고도 이들의 반대로 나가지 못해 팀 킴의 월드컬링투어(WCT) 랭킹은 3월 8위에서 12월 43위까지 추락했다. 팀 킴의 폭로 전부터 부실 운영 행태가 드러나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컬링연맹은 2012년부터 100억원을 후원한 신세계그룹과 계약이 만료돼 재정적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여자 실업팀(수원시청)이 최초로 창단하는 경사도 있었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자력 진출을 노리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상무 폐지’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무 아이스하키는 현재 6명의 선수만 남았다. 선수들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할 경우 선수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상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25명 가운데 16명이 상무 출신이다. 평창 대회에서 한국의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린 조민호는 “상무 존속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 약속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동계스포츠가 평창 유산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연결의 부재를 꼽았다. 김 교수는 “파도처럼 물결이 쳐야 하는데, 지금 동계 종목은 올림픽 이후 좋은 분위기를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정부의 지원 예산이 줄어드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종목 단체들이 올림픽 스타들이 국내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분위기를 이어가야 했다. 예산이 없다고 대회 개최를 외면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유치를 위해 움직여 기업 및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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