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저지른 사립학교 설립자가 학교를 폐교하고 가족 등에 그 재산을 넘기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리 사학 운영자가 꼼수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 불가능해졌지만, 대학 폐교 이후 학생ㆍ교원을 구제할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비리사학의 잔여 재산이 타 법인으로 귀속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이 27일 국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기존 사립학교법은 학교 폐교 시 법인의 잔여 재산은 정관에 지정된 자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그동안 횡령 등 비리를 저지른 사학 설립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악용했다. 지난 2월 폐교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이씨가 횡령 및 불법 사용액 333억원 회수 등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자 학교폐쇄 및 법인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서남대 정관은 법인 재산 귀속인을 이씨가 설립하거나 그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신경ㆍ서호학원 등으로 지정해 서남대의 재산이 사실상 이씨의 수중에 남아있게 됐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이처럼 학교법인의 임원 또는 해당 학교 법인이 설립한 학교를 경영하는 자 등이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해 관할청으로부터 회수 등 재정적 보전이 필요한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채 해산한다면, 특수관계자가 귀속인으로 지정돼 있더라도 재산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법 시행 당시 청산이 종결되지 않은 학교법인에도 이를 소급적용하도록 했다.
이로서 비리 사학 설립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를 방편이 마련됐지만, 비리로 인해 폐교된 대학에 다니던 구성원들을 구제할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이 폐교할 경우 학생들은 주변 대학으로의 특별편입학이 지원되지만, 교직원ㆍ교수들은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금체불도 문제다. 지난 10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폐교대학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총 규모는 약 800억원에 달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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