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정직 1개월 처분
후배 간호사에게 이른바 ‘태움’(영혼이 불에 타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을 행한 선배 간호사가 병원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8년차 간호사 A씨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1년차 간호사 B씨에게 7개월간 욕설과 폭언 등 가해를 저지른 데 대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며 사안을 공론화한 것은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올 5월부터 B씨를 본격적으로 괴롭혔다. 퇴근을 해야 하는 B씨를 상습적으로 1시간 이상 붙잡고 욕설과 폭언을 가했고, 인수인계 시에는 근무 시 환자에게 행한 모든 간호행위를 모니터를 보지 말고 외워서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B씨에게 퇴근하지 말고 환자 방에서 8시간 동안 서 있을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태움을 견디지 못한 B씨가 올 10월 초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태움이라는 단어 자체를 영원히 지워 버리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은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B씨는 현재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태움’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지만, 병원 자체 조사를 통해 이를 행한 직원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의료원과 노조가 뜻을 모아 태움이란 악습에 처음으로 징계를 내린 것에 의미가 있다”며 “가해자가 2차 가해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만큼 의료원 측에 보다 강력한 후속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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