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유리한 자료만 공개
중국 정부가 지난 28일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현지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자국에 유리한 정보만 내놓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부는 당일 자정 중국 측 발표 내용 번역본을 언론에 배포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발언을 옳다 그르다 따지기 보다는 중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밝힌 이상 우리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근거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쟁점별로 살펴봤다.
①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대기질은 대폭 개선됐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비슷하거나 조금 상승했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8㎍/㎥로 4년 전인 2013년 89㎍보다 35%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징진지(京津冀ㆍ베이징, 텐진, 허베이) 지역도 64㎍, 산둥성은 57㎍로 역시 최근 수 년간 개선됐다. 이 기간 서울의 경우 2013년 25㎍에서 2016년 26㎍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25㎍을 기록하는 등 중국측 주장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절대 수치만 보면 여전히 서울의 2, 3배 이상이다. 게다가 중국의 미세먼지 상황이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 겨울 중국 북부 지역이 난방을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 베이징과 주변 지역은 세 차례나 극심한 스모그로 뒤덮였다. 중국 베이징의 경우 지난 11월 26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328㎍으로 18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공장을 대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베이징 등의 상황은 좋아졌을 수 있다고 해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과감한 저감정책을 펼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농도가 높으면 저감 효과가 더 잘 나올 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이산화질소(NO2)의 농도는 최근 3년간 서울이 중국의 베이징, 옌타이, 다롄보다 높다
초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이산화질소(NO2)농도를 보면 서울은 지난 2015년 0.032ppm, 2016년 0.031ppm, 2017년 0.030ppm을 기록했다. 반면 베이징은 같은 기간 0.049ppm, 0.047ppm, 0.044ppm으로 서울 보다 높았다. 반면 옌타이와 다롄은 중국 정부 주장대로 서울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의 발표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도시 가운데 서울이 0.030ppm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높은 인천은 0.024ppm으로 옌타이, 다롄(각 0.029ppm)보다 낮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물질로 선진국에서 주로 높게 나타난다”며 “이산화질소만이 아니라 또 다른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물질인 석탄 발전 등에서 나오는 황 성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11월 6~7일 서울에서 심각한 스모그가 나타났을 당시 대기 이동은 없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1월 3~6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국외 비중은 18~45%로 국내 비중이 높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11월 25~28일 초미세먼지가 높았던 때는 국외 영향이 51~66%였고 수도권의 경우 최대 74%로 분석됐다. 중국 정부가 자신이 유리한 시기만 분리해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년 동안 평균적으로 중국의 오염물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30%에 달하고 고농도 일 때는 60%이상까지 높아지는 것은 이미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며 “일부 사례만 가지고 비교하는 건 기상요건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는 “앞으로 양국이 인정할 만한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영향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중국과 협력을 통해 같이 분석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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