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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파워인물] “돈보다 고용을 많이 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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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파워인물] “돈보다 고용을 많이 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요”

입력
2019.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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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생 CEO ㈜얼썸 최한얼 대표 

대학생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최한얼(32) (주)얼썸 대표는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는 회사를 키워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최한얼(32) (주)얼썸 대표는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는 회사를 키워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를 늘리려 해도 국내외적인 경기침체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려 취업 재수를 불사하고 있다. 넘쳐나는 취업준비생 속에서 몇몇 도전적인 젊은이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물론 대학도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운영하는 학생 최고경영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한남대학교 이덕훈 총장에게 한 학생이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의 대학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주인공은 이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최한얼(32)씨. 그는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면서 연매출 50억원이 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로 1인2역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 동구 가양동에 자리한 온라인 쇼핑몰업체 ㈜얼썸 사무실. 100평 규모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열심히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업무에 바쁜 모습이다. 옆에는 샘플로 보이는 옷들이 걸려있다. 맞은편 사무실로 들어서자 컴퓨터를 보고 있던 앳된 모습의 젊은 대표가 손님을 맞는다. 그가 대학생 CEO인 최한얼씨였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2014년에 1000만원으로 이 회사를 창업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려고 재수를 하고 군대도 다녀오느라 동기들보다 대학 입학이 늦어졌다. 하지만 그 동안 쌓아 온 사회적 경험이 그를 학생창업가로 도전하도록 만들었다.

최한얼(오른쪽 네번째) (주)얼썸 대표가 2일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과 의류 샘플을 보며 판매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얼썸 제공
최한얼(오른쪽 네번째) (주)얼썸 대표가 2일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과 의류 샘플을 보며 판매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얼썸 제공

처음 도전하는 사업은 쉽지 않았다. 일단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고 회사업무에 몰두했다. 3년동안 회사를 키운 후 2018년 2학년으로 복학해 지금은 학생과 회사대표 1인 2역의 생활을 하고 있다. “학업하고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교는 열심히 나갔다”며 “이제는 대표인 내가 어느정도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갔다 수업을 마치고 바로 돌아와 회사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만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해 어려서부터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했지만 그는 창업 전 서울에서 고교 동기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도 해보고 시장조사도 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사업 노하우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작게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며 “창업을 한다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패를 해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충격이 적도록 적당한 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사무실의 위치나 규모가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어서 16~20㎡(5~6평)크기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놓고 시작을 했다. 1년만인 2015년 1억7,0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이 2016년 15억원, 2017년 25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직원들 고용문제다. 사업을 하려면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신생회사에 직원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발전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했다. “희망이 없는 회사에 취직을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창업초기에는 직원들에게 사장과 함께 일할만한 직장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며 한 두명씩 채용을 늘리다 보니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확장하는 한편 제조업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도 회사 이름을 딴 브랜드 ‘얼썸(Allthumb)’으로 옷을 만들고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고 품목도 다양화 할 계획이다.

의류를 넘어 프랜차이즈 등 사업다각화도 구상하고 있다. “요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늘고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그는 “지금은 품질이나 가격 등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다른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충분히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한얼(오른쪽) 얼썸 대표가 지난달 이덕훈 한남대총장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학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최한얼(오른쪽) 얼썸 대표가 지난달 이덕훈 한남대총장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학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청년실업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후배들에게 창업을 적극 권유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적극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자금문제는 업종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뭐라고 조언하기 어렵지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담대하게 도전할 자세를 가지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무작정 덤벼들어서는 안된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세상에 없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착실히 해야 사업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자치단체가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잘 알아보면 의외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나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2017년부터 그는 국내외 아동을 돕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남대가 구성한 창업멘토단원으로도 위촉돼 창업을 준비하는 모교 후배들을 위해 사업 경험도 전수할 예정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사업을 한다고 처음부터 자금, 사무실 등 번듯하고 크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키워나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도록회사의 규모를 키워 나가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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