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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전문가들, 신재민 폭로에 “채무비율 마사지로 보기엔 과장… 사이즈도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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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전문가들, 신재민 폭로에 “채무비율 마사지로 보기엔 과장… 사이즈도 작아”

입력
2019.01.02 20:00
수정
2019.01.02 21:3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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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기재부 사무관 “靑 차영환 비서관이 적자 국채 발행 지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나라 빚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적자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로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다만 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적자국채 외압 의혹에 대해 “다소 과장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7월 퇴직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7월 퇴직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모습 드러낸 신재민, 추가 폭로 

앞서 신 전 사무관은 고려대 동문 인터넷 게시판(고파스)에 글을 올려 ‘2017년 말 청와대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최대 8조7,000억원의 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금이 예상보다 15조원 더 걷혀 나라 빚을 줄일 여력이 생겼는데, 정권 고위층에서 거꾸로 빚을 늘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포함된 2017년 말 기준 국가채무비율을 높여 향후 이번 정부에서 늘어날 빚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마사지’를 시도했다는 취지다. 다만 당시 기재부는 결국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았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보도자료가 나오는 날) 청와대에서 (기재부) 과장과 국장에게 전화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당시 전화를 건 사람이) 차영환 비서관”이라고 밝혔다. 당시 차 비서관이 해당 보도자료를 취소하고,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기재부 실무진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적자국채 담당자는 나였고 부총리에게 관련 보고를 4번이나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7년 11월 정부가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을 취소한 것에 대해 “한 달 전에 예고한 일을 하루 전날 취소했다”며 “납득 못 할 의사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잇단 폭로 배경에 대해 “KT&G 인사개입 사건을 본 뒤의 막막함과 국채 사건 이후 절망감을 돌이켜보며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오후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고발이 이뤄지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적자국채, 외압일까? 전략일까? 

정부는 쓰는 돈(지출)보다 들어오는 돈(세수)이 적을 때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국회가 승인한 2017년 적자국채 발행한도는 28조7,000억원이었다. 그 해 10월말까지 정부는 2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자연스레 나머지 8조7,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할지 여부가 논의됐다.

당시 실무자인 신 전 사무관은 ‘초과세수(15조원)를 고려할 때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그 돈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김 부총리를 비롯한 정권 고위층은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국가채무비율)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 내내 (빚을 더 낼) 재정운용에 부담이 된다며 적자국채 발행을 최대한 늘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39.4%라는 국가채무비율을 주면서 적어도 39.4%보다 채무비율이 높아질 수 있게 적자국채 액수를 결정해달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무비율 마사지 의혹에 대해 “다소 과장된 것 같다”고 지적한다. 기재부는 당시 8조7,000억원 중 4조원 가량을 발행할지 실제 검토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조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0.2%포인트(38.3→38.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외압에 의한 채무비율 상승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엔 ‘사이즈(4조원)’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채무비율을 높여도 이는 박근혜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 첫해의 채무비율이 되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정권 고위층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에 대해 “이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이듬해 세계잉여금(2017년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잡힌다. 세계잉여금 중 지방교부세 정산, 국채 상환 등에 쓰고 남은 돈은 그대로 추경에 활용할 수 있다.

과거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추경’(11조원ㆍ2017년 11월)과 ‘청년 일자리 추경’(3조8,300억원ㆍ2018년 5월) 모두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편성했다”며 “향후 경기하강 국면에 대응할 추경 재원을 미리 확보해두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해 세계잉여금 규모를 키웠을 수 있으며, 이는 정책적으로 가능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적자국채를 발행할 때 청와대와 기재부가 논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적자국채 논의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결론적으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7월 공직을 떠났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7월 공직을 떠났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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