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달 착륙 50주년에 ‘우주굴기’ 과시… 달 뒷면과 통신 난제, 중계위성으로 극복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4호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미국의 유인우주선이 달에 착륙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에 중국이 우주강국인 미국ㆍ러시아를 제치고 달의 앞ㆍ뒷면을 모두 정복하면서, 우주굴기(堀起ㆍ우뚝 섬)를 과시한 것이다.
중국 관영 CCTV는 3일 달 탐사선 창어4호가 이날 오전 10시26분(현지시간) 달 뒷면 동경 177.6도, 남위 45.5도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창어4호의 착륙 지점은 달 뒷면 남극 근처에 있는 폭 186㎞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운석 충돌구)다. 창어4호는 중국의 통신중계위성 췌차오(鵲橋ㆍ오작교)를 통해 처음으로 달 뒷면의 신비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달 8일 쓰촨(四川)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창어 4호는 같은 달 30일 예정된 착륙 준비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3일 또는 4일 착륙이 예상됐었다.
이번 창어4호의 달 뒷면 착륙 성공으로 중국은 세계 최초로 달의 앞면과 뒷면에 모두 착륙한 나라가 됐다. 중국은 2013년 창어3호를 달 앞면에 착륙시켰다. 달은 공전ㆍ자전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선 달의 뒷면을 관찰할 수 없고 착륙시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하다. 또 앞면보다 지형도 훨씬 험준하다. 이 때문에 1969년 유인우주선 아폴로11호를 포함해 6차례나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이나 1976년 8월에 루나24호를 착륙시킨 러시아(당시 소련)도 아직 뒷면 착륙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은 통신중계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와 달 뒷면 간 통신이 가능하도록 했고, 창어4호의 착륙 궤도를 수직에 가깝게 함으로써 돌출 지형과의 충돌을 피했다.
중국은 창어4호의 착륙 성공에 따라 무인로봇 탐사차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달 뒷면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 탐사차는 달 뒷면 남극 근처의 지형을 관찰하고 달 표면의 토양과 광물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천문 관측, 중성자 방사선 탐지, 밀폐 공간 내 식물 재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들 활동에는 중국 내 28개 대학은 물론 독일ㆍ네덜란드ㆍ스웨덴ㆍ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과학자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어4호의 달 뒷면 착륙에 대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계가 찬사를 보냈다.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의 총설계사인 우웨이런(吳偉仁)은 “창어4호의 성공적인 착륙은 우주강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짐 부라이든스타인 국장은 “인류 최초이자 감격적인 성공”이라며 축하했고, 존 록스던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 명예교수도 “어떤 우주선도 가지 않았던 곳이라 진정한 탐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우주 탐사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빠른 속도로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을 쫓아왔다. 1970년 첫 인공위성인 둥팡훙(東方紅)1호 발사에 성공한 뒤 199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 1999년에는 첫 우주선 선저우(神舟)1호를 쏘아 올렸고 2013년 선저우5호에는 처음으로 우주인을 태워 보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미국보다 많은 38대의 로켓을 발사했다. 2020년 미국 우주정거장이 퇴역하고 나면 2022년부터는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운용국가가 될 예정이고, 2020년부터는 화성탐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중국의 달 탐사는 2030년 우주강국을 목표로 한 일련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중국은 연내 창어5호를 보내 달에서 토양을 채취하고 2025년엔 인류 최초의 달 기지를 건설한 뒤 2030년까지는 우주인들의 상시 체류도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특히 달에 풍부한 핵융합 에너지원인 헬륨-3를 채취함으로써 달을 산업화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협회는 “창어 프로젝트는 우주항공분야에 있어 중국이 지향하는 개방ㆍ협력의 상징적인 플랫폼”이라며 “창어4호가 수집한 과학기술 관측자료를 모두 대외에 공개할 것이며 전 세계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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