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1위 기업 넥슨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매각설이 터져 나오면서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일본 상장법인 넥슨의 최대주주(47.98%)이고, 넥슨은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넥슨코리아가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김 대표가 내놓은 주식 가치는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이 이뤄지면 정보기술(IT) 업계 최대 ‘빅딜’이 되는 셈이다.
1994년 김정주 대표가 대학 시절 알고 지내던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와 함께 창립한 넥슨은 그 동안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게임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게임들을 출시했다. 넥슨의 2017년 매출액은 2조2,987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1분기 매출도 8,953억원으로 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현재 중국 내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전세계 온라인 게임 중 총 수익 1위라는 화려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2005년 출시 이후 던전앤파이터의 단독 매출액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이유 추측 ‘무성’…넥슨에 미래 안 보였나
NXC 측은 주식 매각설과 관련해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게임 규제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매각을 진행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대표는 평소 규제 피로감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김 대표는 대학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공짜주식을 증여해 2년 가까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주변에 심리적 피로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신작 흥행 실패와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2016년 공개 23일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서든어택2’를 비롯해 넥슨이 2010년 이후 출시한 게임 상당수는 혹평 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넥슨은 콘텐츠 부재로 미래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0여년간 ‘대박’ 신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재 넥슨은 매출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 윤리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에 나선데다, 넥슨 게임을 유통하는 텐센트가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위 교수는 “중국 정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인 넥슨의 불안감이 클 것”이라며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지금이 넥슨의 최고점이라고 본 듯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텐센트가 국내 게임업계 장악할까
넥슨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 여력이 있는 국내 기업이 없다. 현재로서는 중국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다. 세계 최대 게임사로 군림하고 있는 텐센트는 그 동안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제작한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해 전 세계 유명 게임업체들을 인수해왔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며, 넥슨에 매년 지불하는 던전앤파이터 로열티만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텐센트도 넥슨을 단독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넥슨을 비롯해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 NXC가 별도로 보유한 계열사까지 합하면 워낙 인수 규모가 큰 데다가,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현재로서는 텐센트가 컨소시엄을 구축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지금도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 분위기에 좌우되고 있는데,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한다면 국내 게임업계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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