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일, 서늘한 공기를 가르고 닛산의 새로운 SUV, 더 뉴 엑스트레일의 시승 현장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시승을 앞두고 최종적인 차량 점검을 나서는 현장 직원들의 모습에서 갑자기 닛산의 컴팩트 SUV, ‘캐시카이’가 떠올랐다.
배출가스 이슈로 판매가 중단되었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의 기준으로도 잘 다듬어진 차체, 깔끔한 디자인 만족스러운 파워트레인 및 제법 여유로운 공간을 갖췄던 만큼, 한국닛산에게 있어 아마도 유러피언 SUV의 빈 자리는 제법 크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과연 더 뉴 엑스트레일은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용인에서 이천을 달리다
더 뉴 엑스트레일에 대한 차량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 시승 행사를 위한 시승 코스 설명이 진행되었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인근에서 시작한 시승은 지방도와 고속도로 등을 거쳐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카페를 다녀오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2인 1조 구성이라 편도로 약 47km에 불과한 짧은 주행 거리였지만 다양한 주행 환경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더 뉴 엑스트레일
더 뉴 엑스트레일을 글로벌 세그먼트 기준으로 본다면 토요타 라브4와 혼다의 CR-V 그리고 한국지엠의 아픈 손가락인 쉐보레 이쿼녹스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는 C-세그먼트 SUV다. 실제 4,690mm의 전장과 1,830mm의 전폭 그리고 1725~1,740mm의 전고가 이를 증명한다. 참고로 휠베이스는 2,705mm이며 공차 중량은 2WD가 1,615kg, 4WD가 1,670kg이다.
전면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닛산의 감성이 담긴 모습이다. 거대하고 당당히 그려진 V-모션 프론트 그릴과 날렵한 실루엣의 헤드라이트를 적용해 선명한 인상을 연출했다. 여기에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바디킷이 SUV 고유의 감성을 잘 자아낸다.
다만 이왕 V-모션의 이미지를 강조할 것이면 조금 더 강렬한 디자인과 터치를 통해 ‘누가 봐도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강렬한 전면에 비해 측면과 후면은 다소 심심한 편이다. 측면의 경우에는 클래딩 카드와 차체의 컬러가 대비되어 세련된 감성을 자아내지만 차량의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디자인 디테일이 단조로운 편이라 역동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신 네 바퀴에는 제법 멋스럽게 다듬어진 18인치 투-톤 알로이 휠과 차체를 최대한 커 보이게 하기 위해 차체 양끝에 배치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해 자칫, ‘무성의함’으로 조명될 수 있었던 더 뉴 엑스트레일의 디자인에 대해 ‘깔끔함을 드려내는 의도’라 느끼게 했다. 그러나 닛산 고유의 부메랑 형상이 돋보이지 않는 점은 내심 아쉬웠다.
깔끔함과 여유를 품다
더 뉴 엑스트레일의 실내 공간은 최근 닛산의 전형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기조를 반영한다. 좌우대칭으로 구성된 깔끔한 대시보드와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구성된 센터페시아, 4-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이 이러한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와 함께 더 뉴 엑스트레일의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로 다듬어져 시각적인 매력이나 역동성을 강조하며 대시보드는 물론이고 도어 및 시트 등에도 스티치를 추가해 감각적인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닛산이 ‘논-프리미엄’이라는 걸 강조하듯 전체적인 소재에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평이하다는 느낌을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공간의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1열 공간의 경우 조수석 시트의 높이가 다소 높다는 점이 흠이지만 기본적인 레그룸이나 헤드룸 부분에서는 동급의 SUV 중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시트 및 스티어링 휠의 조작 범위도 넓은 편이라 드라이빙 포지션의 구현이 무척 용이했다.
2열 공간도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한 편이며 2열 시트의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더해지며 그 활용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실제로 시트의 전체적인 형상이 탑승자에 따라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패밀리 SUV로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적재 공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더 뉴 엑스트레일은 565L의 적재 공간을 갖춰 동급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40:20:40의 비율로 분할 폴딩 되는 2열 시트를 조작하여 최대 1,996L에 이르는 적재 공간 또한 확보할 수 있으니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도 매력적인 파트너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가솔린 엔진과 CVT를 담다
더 뉴 엑스트레일은 디젤 엔진을 품었던 캐시카이와 달리 가솔린 엔진이 자리한다. 실제 최고 출력 172마력과 24.2kg.m의 토크를 내는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이 마련되었으며 이와 함께 자트코에서 공급하는 엑스트로닉 CVT를 조합해 전륜 혹은 닛산 인텔리전트 4X4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시승 차량은 4WD 모델이었으며 리터 당 10.6km의 효율성을 갖췄다.(도심 9.6km/L 고속 12.0km/L)
닛산의 감성을 담은 담담한 올라운더
시승 차량을 지정 받고, 더 뉴 엑스트레일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개인적으로는 스티어링 휠의 틸팅, 텔레스코픽 범위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 기본적인 드라이빙 포지션 및 시트에 대한 착좌감 등은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미디어 시승이었던 만큼 인스트럭터의 리드 아래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차량의 성능이나 효율성을 100%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이번 시승의 주행 거리가 47km로 차량의 모든 걸 파악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의 차량의 성격이나 특성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가장 먼저 돋보인 부분은 역시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의 존재감에 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과 함께 제법 기민하고 부드러운 출력 전개가 느껴진다. 가솔린 엔진인 만큼 발진 시의 거동은 부드럽고, 또 곧바로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가속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172마력, 24.2kg.m의 토크 자체가 아주 걸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가속력의 정도나 고속 주행에서의 만족감이 아주 쾌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는 단점이 아닌 ‘자연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정숙성에 있었다.
급작스러운 노면의 변화가 있을 때에는 충격이나 소음이 실내로 제법 들어오는 편이었지만 기본적인 주행 상황에서의 노면 소음 및 풍절음에 대한 대응이 잘되어 있어 고속 주행 시에서 탑승자 간의 대화가 용이했다. 다만 D-스텝 튜닝이 되어 있는 CVT의 특성 때문인지 고회전으로 치솟은 엔진의 사운드는 제법 적극적으로 들려줘 달리는 감성인 한껏 강조하는 편이었다.
변속기는 제 몫을 다한다. 맥시마나 알티마 등에 비하면 조금 더 부드럽고 순한 느낌이라 SUV의 특성을 잘 고려한 셋업이며 주행 전반에 걸쳐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SUV들이 점점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 더 민첩하고 직결감을 강조해 ‘스포츠카 브랜드’ 닛산의 아이덴티티를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의 전체적인 거동 또한 부드럽고 여유롭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제법 있는 편이지만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은 무척이나 나긋하고, 이에 대한 하체의 반응도 상당히 부드럽게 연출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탑승자’들이 크게 위화감을 느끼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셋업이다.
게다가 급작스러운 제동 시에도 차량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편이며 브레이크 페달 또한 조작에 맞춰 부드럽고 꾸준히 전개되는 편이라 주행 중 차량이 요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덕분에 어떤 운전자라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며,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막상 코너링 한계가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높은 속도에서도 원하는 주행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 대중성과 함께 닛산 고유의 매력을 확실히 담아낸 모습이었다.
다만 차량의 전체적인 특성에 있어서 ‘어떤 매력’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실제 차량 자체가 전반적으로 준수한 ‘올라운더’의 느낌인데 최근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경쟁 모델들에 비해 차량의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운전의 즐거움이 다소 빈약해 보인다. 사실 ‘닛산’이라고 한다면 역동성 부분에서 기대감이 높은데 그 부분을 ‘코너링의 한계’ 외에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없으니 그 아쉬움이 더욱 큰 것 같았다.
좋은점: 여유로운 공간과 부드러운 주행을 선사하는 캐시카이의 대체자
아쉬운점: 닛산 만의 특별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밋밋한 존재감
어필의 방법이 중요한 더 뉴 엑스트레일
더 뉴 엑스트레일은 매력적인 차량이다. 차량 전반에 걸친 패키징도 준수하고 가격 정책에 있어서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에 대한 기대감,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차량이다.
다만 올라운더의 성격이 있었지만 아쉬운 성적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지엠 쉐보레 이쿼녹스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즉, 더 뉴 엑스트레일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키느냐가 한국닛산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사진: 김학수 기자 / 한국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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