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가파른 성장세만큼 심한 성장통도 앓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시장을 잠식 당하는 기존 경제 주체들의 반발이 큰 탓이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제재보단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신규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은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연간 숙박일을 90일로 제한하거나 집주인 이름, 최근 거래내역 등 세부정보를 당국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에어비앤비로 인해 숙박업과 부동산임대업이 큰 피해를 입는 데다 이용자(투숙객)의 안전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규제 논리다.
세계 1위 차량공유(카풀) 기업 우버 역시 진출하는 도시마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은 택시기사의 반(反)우버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카풀 갈등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지난달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고 택시기사 최모(57)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의 정형화되지 않은 서비스를 거래하는 공유경제의 특성상 신뢰도 문제도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온라인 재능공유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예비부부에게 ‘축가를 불러주겠다’며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혼수품을 저렴하게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친 김모(38)씨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재능공유 사이트가 경력을 검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에서 음악 공부를 했다”고 이용자를 속였다. 우버의 경우 운전자의 승객 성폭행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공유경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공유경제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무조건적인 제재 대신 대화와 제도 정비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유경제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방향성이 됐다”며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하기보단 기존 산업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는 공유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물론이고 그 특수성까지 감안해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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